자타공인 '죽음의 조'가 되어버렸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해도 챔피언들이 득실대는 조에 합류하게 되는 FC서울의 이야기다. 하지만 서울은 '복수혈전'의 기회라며 오히려 칼을 갈고 있다.
서울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도전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서울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15 본선 조추첨에서 '죽음의 조'로 이뤄진 조 편성을 받아들었다.
3+1 출전국인 한국과 일본의 순서 추첨결과 한국이 첫 번째에 당첨되면서 조 편성이 확정됐다. 0.5장의 티켓을 거머쥐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서울은 승리시 H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른다. 문제는 H조의 구성원이다. H조에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그리고 일왕배 결과에 따라 J리그 3위 혹은 4위팀과 플레이오프 1 승자가 속한다. 서울에는 팀 하나하나가 익숙하다.

광저우는 서울에 있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악연의 대상이다. 2013 ACL 결승전 당시 서울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하는 광저우와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두 경기서 연달아 무승부를 거두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치열한 신경전과 광저우 원정 당시 극성팬들의 홈 텃세는 '덤'이었다.
올시즌 ACL에서 내심 광저우에 설욕을 꿈꿨던 서울은 또 하나의 악연,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에 가로막혀 우승은커녕 4강에서 물러나야했다. 올해 ACL 8강에서 광저우를 꺾고 올라온 웨스턴 시드니는 4강에서 서울을 꺾고 결승에 진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제압하고 호주팀으로는 처음으로 ACL 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ACL에서 아픈 기억을 연달아 안겨준 두 팀이 H조에 배정되면서, 서울로서는 의미가 각별한 조 편성이 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조별리그에 나서도 2013, 2014 ACL 챔피언이자 중요한 길목마다 서울의 발목을 잡은 두 팀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일왕배로 인해 상대가 결정되지 않은 일본팀의 존재도 변수다. 가시마 앤틀러스 혹은 우라와 레즈가 상대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서울의 각오는 단단하다. 모두가 죽음의 조라 입을 모을 때 서울은 복수혈전의 기회가 왔다며 칼을 벼르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조별리그에 합류하는 것이 1차 목표, 그리고 조별리그에서 악연의 상대들을 제압하고 보란듯이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2차 목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토너먼트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조별리그에서 강적들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서울은 내년 2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노이 T&T(베트남) 페르시브 반둥(인도네시아) 경기 승자와 경기를 치른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 아니면 화려한 복수혈전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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