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높은 벽…김광현-양현종 새드엔딩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2.12 08: 39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좌완투수 김광현(26)도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광현의 원 소속팀인 SK는 12일 "김광현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이 최종 결렬됐다. 계약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라고 발표했다. 김광현 역시 기량을 쌓은 뒤 다음 번에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이번에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던 김광현에 대해 구단은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어 에이스의 기를 살려줬다. 이 자리에서 김광현은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도전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혀 메이저리그 입성에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 포스팅 결과 최고액을 부른 팀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0만 달러라는 포스팅 금액은 기대보다 밑돌았지만 SK는 김광현의 의사를 존중해 대승적으로 승낙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계약 마감시한인 12일까지 샌디에이고와 합의를 하는 데 실패했다.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을 초청,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계약 성사를 점쳤지만 세부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2년 전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협상 마감시한 30초 전 사인을 하는 깜짝 반전극을 만들었지만, 김광현은 반전드라마 없이 마감시한을 넘겼다.
이로써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좌완투수 두 명 모두 태평양을 건너지 못했다. 류현진의 성공에 고무된 한국 프로야구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두 명의 어깨에 다시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앞서 양현종 역시 포스팅에 입찰했지만 KIA 구단이 정한 포스팅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고, KIA는 고심 끝에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불허했다. 김광현은 SK 구단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최종계약까지 가지는 못했다.
이들이 미국으로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포스팅 금액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게 포스팅 금액은 추후 위상을 결정짓는 기준치다. 포스팅 금액이 높아야 선수 연봉과 보장대우 자체가 달라진다. 김광현이 제시받은 200만 달러, 그리고 양현종(150만 달러 추정) 모두 메이저리그 보장계약을 맺기 힘든 금액이다. 양현종은 낮은 금액 때문에 아예 구단과 협상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김광현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200만 달러라는 포스팅 금액은 높은 연봉도, 메이저리그 보장도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도전이 끝난 건 결코 아니다. 2년 뒤 FA 자격을 얻고 충분히 재도전이 가능하다. 윤석민 역시 2011년 투수 4관왕을 휩쓴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지만 구단 반대로 뜻을 접었고, 2013년 시즌이 끝난 뒤에아 자유의 몸이 돼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다.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있는데, 윤석민처럼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올해와 같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2014년 활약만 놓고 본다면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했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 앞으로 2년 동안 올해 활약을 뛰어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훨씬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때는 포스팅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는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두 명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그렇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길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키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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