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 류현진(27)이 LA 다저스로 떠났을 때 야구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류현진이 지난 2012년 겨울 포스팅 금액 약 2574만 달러,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에도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보였다. 류현진이 현지에서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것은 후배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탄탄히 닦아놓는 것이라는 국내의 자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류현진은 한국 투수라서가 아니라 그냥 잘하는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그 예시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최고 좌완으로 평가받는 SK 와이번스 좌완 김광현(26)은 12일 구단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계약 합의가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광현은 국내에 잔류한다.

그는 지난달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그를 '낙찰'받은 팀은 샌디에이고였다. 당시 200만 달러라는 낮은 금액이 전해지면서 실망감을 낳기도 했으나 SK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수용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계약에 있어서도 김광현에게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와 국내가 김광현을 판단하는 가치는 달랐다.
김광현 뿐 아니라 양현종(26, KIA 타이거즈)의 사례에서도 아직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현종은 지난 7일 아예 포스팅 금액에서 KIA 구단의 수락을 받지 못했다. 팀의 에이스를 '헐값'에 내보낼 수 없다는 구단 의지였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류현진 이후 우리나라 구단과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대해 느끼던 벽은 그 만큼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 리그를 통해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의 금액이 기준처럼 되면서 그보다 낮은 금액에 자존심 문제를 느끼게 된 것이다. 기준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크다. 메이저리그 팀들과 국내 선수들간의 차이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외 최근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 무대에 바로 도전하지만 그 이름을 알린 선수는 추신수 외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한국 프로 무대를 통해서도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류현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 한국 야구의 실상은 아직 메이저리그의 높은 평가를 기대하기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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