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올 시즌을 마치고 해외 진출을 선언한 두 좌완 에이스 김광현(26, SK)과 양현종(26, KIA)이 메이저리그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제 15일경부터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할 유격수 강정호(27, 넥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현 선수와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구단과의 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라고 전했다. 당초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KIA 타이거즈와 양현종도 포스팅 최고액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향후로 미룬 바 있다.
두 명의 좌완 에이스 모두 올 시즌 이후 해외 진출에 대한 의사를 강력히 내비쳤다. 그러나 먼저 포스팅 시스템 절차를 밟은 김광현은 샌디에이고로부터 최고액 200만 달러를 제시받았다. 예상보다 낮은 금액이었지만 처음부터 “금액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구단은 김광현의 의사를 존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협상 과정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SK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현종도 일본 혹은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표명했으나 포스팅 과정에서 양현종에게 큰 금액을 제시한 구단은 없었다.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시액은 김광현보다 낮은 15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에 KIA는 지난 11월 26일 '지난 22일 KBO로부터 받은 포스팅 결과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에 걸맞은 응찰액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제 야수로선 최초로 강정호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 아직 공식적인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으나 현지 분위기는 좋다. 시즌이 끝난 뒤부터 미국의 공신력 있는 여러 매체가 MLB 구단들의 강정호에 대한 관심에 대해 보도했다. 최근에는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가 “강정호 영입에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구단까지 언급됐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올해 포스팅을 통해 MLB 진출을 타진했던 세 선수(김광현 양현종 강정호)를 비교하면 분명 분위기 자체는 강정호가 가장 좋다”라고 단언했을 정도이다. 포스팅 예상 금액 역시 김광현, 양현종에게 제시된 금액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유격수 자리에 공백이 생긴 메이저리그 팀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재목인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포스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다. 이전 사례를 봤을 때 일본 야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실패를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40홈런을 때려내며 새 역사를 썼지만 메이저리그는 전혀 다른 무대이다. 여기에 수비력에 대한 의문 부호도 아직 남겨진 상황. 현지에선 유격수 보다 3루수가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강정호에게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기대 이상의 몸값이 책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투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미루게 됐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과연 이번엔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강정호가 포스팅시스템에서 두 좌완 에이스와는 다른 행보를 걷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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