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ML 무산, 한국투수들에게 던진 메시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2.12 13: 00

김광현(26, SK 와이번스)이 잠시 멈췄다. 오랜 꿈이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팅 금액으로 200만 달러를 외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협상은 결국 무산됐다. 12일(한국시간) 오전 7시가 협상 마감 시한이었는데, 어떠한 소식도 없었다. 이로서 김광현은 이번 기회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포스팅이 수용되어 양현종(26, KIA 타이거즈)보다는 한 단계 더 간 것이지만, 빅리그를 밟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보직을 두고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보고 있었지만 현지에서는 김광현이 선발보다는 불펜에 어울린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포스팅 금액이 류현진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200만 달러였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1~2타자만 상대하는 불펜투수가 된다는 것은 한국야구의 자존심에도 금이 가는 이야기였다.

냉정히 말하면 구위와 제구력이 모자란 탓이었다.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김광현이지만 국내와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최고 구속을 놓고 김광현을 강속구 투수라고 칭하지만, 빅리그에서는 평균 구속을 놓고 보기 때문에 김광현 정도의 구속과 구위로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 특히 김광현에게 적합하다는 불펜으로 눈을 돌리면 155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제구와 부상 이력 역시 악재였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과 오프스피드 피칭(체인지업 구사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긴 이동거리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으로 인해 풀타임 선발로 적합하지 않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어깨 부상 경력 역시 꼼꼼하게 따졌다.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 폼이 매력적인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러한 폼마저 향후 부상 발생 위험이 있는 요소로 평가했다.
결국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부상 위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구위와 제구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아니면 굴욕적인 조건을 참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우선 진출한 뒤 기량은 천천히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둘 중 하나가 이뤄져야만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다.
‘도전’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선수들은 대체로 낮은 금액이라도 우선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은 뒤 무대 위에서 자신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유독 한국 선수들은 ‘자존심’이라는 요소를 강조한다. 도전이 무산되었다고 했지만, 진짜 도전은 하지도 않았다.
한국 선수들은 ‘보장’을 원하지만, 빅리그 구단이 봤을 때 한국 선수들은 ‘보험’일 뿐이다. FA 선수들의 과열된 몸값도 되돌아봐야 한다. 외부에서 보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대한민국의 에이스라는 김광현 역시 ‘200만 달러만 주면 보유권을 사들일 수 있는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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