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겨울' KIA, 내년에도 힘들다고요?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2.12 13: 00

잿빛 전망을 장밋빛으로 바꿀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IA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우선 FA 시장에 참가하지 않았다. 최대어 좌완투수 장원준의 두산행을 지켜보았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투수는 필요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몸값 대비 FA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이 사이 투수 송은범은 KIA와 한화로 이적했다. KIA는 마지막 협상에서 섭섭치 않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송은범은 결별을 택했다.
타선에서도 전력 유출이 있었다. 막내구단 kt의 특별지명에서 외야수 이대형을 낙점했다. 3할2푼3리, 75득점을 거둔 2번타자의 유출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우려는 높았다. 김기태 감독은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고 모호하게 밝혔지만 분명 이대형을 내놓은 이유는 있다. 아마도 타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야수들이 많은데다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와 맞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전력누수는 안치홍과 김선빈(22일 입대 예정)의 군입대이다.  두 선수는 수 년 동안 공수의 핵이었다. 김선빈은 올시즌 허벅지 부상 때문에 제몫을 못했지만 100경기 이상을 뛰면 3할에 가까운 타격과 작전수행능력을 갖추어 활용도가 높았다. 가장 중요한 유격수 수비까지 공백이 생겼다. 안치홍은 강력한 2루수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이대형까지 포함하면 한 시즌 400~450개의 안타, 60~70개의 도루, 200득점의 공격력이 사라진 것이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좌절되면서 잔류한 것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몸값 150만 달러를 헐값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포스팅 결과를 거부했다. 양현종은 일본진출을 모색했지만 구단의 거듭된 잔류요청을 수용했다. 내년 혹은 내후년을 마치고 해외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양현종의 잔류로 마운드에 숨통이 틔였다. 양현종이 올해만큼 해주느냐가 관건이지만 최소한 10승 좌완을 잔류시켜 마운드에 커다란 보탬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투수에 변화가 있었다. 소방수로 활약했던 하이로 어센시오를 방출하고 메이저리그 퍼펙트 투구의 주인공 필립 험버(31)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16승을 따냈고 광속구를 던지지는 않지만 제구력과 변화구가 뛰어난 전형적인 선발투수였다. 험버의 영입이 뛰어난 보강이라고 말 하려면 선발투수로 10승 이상을 따내야 한다. 오히려 새로운 소방수를 만들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타자 브렛 필과도 70만 달러에 재계약 했다. 성실하고 기복없는 타격과 수비력을 갖추었다. 올해 92경기에 출전해 19홈런, 66타점, 64득점, 타율 3할9리를 기록했다. 올해 부상만 없었다면 충분히 30홈런을 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성적의 기대치가 담겨진 재계약이었다.  좌완 저스틴 토마스와의 재계약 가능성은 반반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최희섭이다. 사라졌던 최희섭은 가을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내년 시즌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올 시즌 내내 단 한번도 1군 또는 2군 실전에 오르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부임하자 갑자기 재기의지를 다지고 나섰다. 그러나 최희섭이 내년 재기에 성공할 지는 모른다. 최희섭이 돌아온다해도 브렛 필, 나지완과 자리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는 아직까지는 1루수와 지명타자의 대안일 뿐이다. 내년을 지켜봐야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같은 스토브리그 행보를 두고 야구인들과 팬들은 KIA의 내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보강 보다는 유출이 컸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올해 8위를 했는데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신생구단 kt와 꼴찌 경쟁을 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꼴찌팀 한화가 김성근 감독의 영입과 FA 투수 3명의 보강을 통해 전력을 급상승시키는 등 경쟁팀은 오히려 나아진 외생변수까지 감안한 전망이었다. 
솔직히 이같은 전망을 부인하기 힘들다. 외형적인 전력이 상위권 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기동력과 작전 수행 능력의 저하, 장타력 부재, 약한 선발진, 소방수와 필승맨이 없는 불펜진,  곳곳에 구멍이 보이는 수비진, 선수들의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까지 감안한다면 전형적인 하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보여준대로 선수들의 결속력도 느슨하다. 어느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부문이 없는 것이 KIA의 현주소이다.
물론 현실이 아닌 전망일 뿐이다.  결국 알 수 없는 미래의 열쇠는 김기태  신임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이 쥐고있다. 김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가장 불리한 여건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숱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향상된 전력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첫 번째 과업은 새 얼굴을 발굴해 주전으로 성장시키고 무기력해진 기존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팬들은 그라운드에서 혼신을 다하는 야구를 주문하고 있다. 김 감독이 KIA 선수들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첫 번째 야구지론이다. 아마도 KIA 변혁의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선수들은 지난 11월 미야자키 휴가 가을 마무리 훈련에서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였다. 잿빛 전망속에서 새해를 맞는 김기태호가 장밋빛 미래를 열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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