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진출이라는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한 것이 아닌, 스스로 다음 기회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광현(26, SK)의 MLB 도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MLB 진출에 도전했던 김광현은 단독교섭권을 따낸 샌디에이고와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협상 마감시한인 12일(한국시간) 오전 7시를 넘어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MLB 마운드에 서 있는 김광현의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다소간 실망스러운 소식일 수도 있다.
연봉 및 구체적인 조건에서 만족스러운 제시를 받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2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2012년 역시 포스팅을 통해 MLB에 진출했던 아오키 노리치카(포스팅 금액 250만 달러)는 옵션을 포함해 3년 495만 달러의 제안을 받았다. 샌디에이고가 스몰 마켓임을 고려하면 김광현 또한 이 범주에서 아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은 연봉 협상에서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했던 김광현의 기준치에는 미달했음을 의미한다. 실제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 역시 양측의 금액차가 있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 지역지인 유니언 트리뷴은 “샌디에이고의 40인 로스터가 꽉 차 있었고 직구와 슬라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라며 샌디에이고의 몸값 측정에 장애물을 다른 각도에서 짚기도 했다.
그렇게 협상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났다. 포스팅 절차부터 마지막까지 아쉬움만 남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으로 봐야 한다. 김광현은 아직 젊고 2년 뒤 자유계약선수가 돼 다시 MLB에 도전할 수 있다. 구단의 동의가 있다면 내년에도 다시 포스팅이 가능하다. 비록 포스팅 금액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김광현은 이번 포스팅 절차에서 ‘MLB에 도전할 능력이 있는 선수’로 확인됐다. 앞으로도 MLB 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한 차례 교훈을 얻은 김광현이고 MLB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한 번 상한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이를 악물 것이 확실하다. 몸 상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과시한 만큼 더 강해질 김광현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MLB 도전이 다시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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