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6, SK)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해 좋은 조건을 받으며 진출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이 아니라고 해서 최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광현이 ‘차선’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K는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현 선수와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의 계약 협상이 12일(한국시각) 최종 결렬되고, 김광현 선수는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광현 또한 “샌디에이고 구단과의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스팅 절차를 허락해준 SK 구단과 끝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준 샌디에이고 구단, 그리고 에이전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이번 포스팅 절차의 소회를 밝혔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에 도전했던 김광현은 이번 포스팅에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만 달러에 그친 포스팅 금액이 결정적이었다.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결국 빅마켓 팀들의 시선이 냉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샌디에이고로서도 200만 달러는 작은 돈이 아니었지만 포스팅 금액 자체가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금액차가 꽤 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 역시 이를 시인했다. 미 언론들도 “협상을 통해 좁히기는 힘든 차이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점은 몇 가지 대목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김광현이 어떠한 명확한 기준선을 정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준선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 협상에서 샌디에이고에 끌려가지 않고 깨끗하게 포기를 선언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던 김광현이다. 결국 돈 문제보다는 현실을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 값어치를 받지 못한다면 팀 내 입지가 불안해진다. 여기에 이런 선수들은 대개 구단에서 ‘처리’가 쉽다. 몇 번 써보고 안 되면 방출로도 이어진다. 꾸준히 기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연봉 자체가 고액이 아니라 MLB 보장 조건을 받았으리라 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MLB 진출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었고 김광현은 스스로 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김광현은 아직 만 26세다. 구단 동의가 있다면 내년에도 포스팅을 할 수 있고 2년 뒤에는 아예 완벽한 자유의 몸이 돼 MLB의 문을 다시 두드릴 수 있다. 지금까지 프로에서 뛴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더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나중에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면 된다.
여기에 경력이 다시 상승세를 탈 준비를 마쳤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동안 어깨 부상의 여파로 침체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국내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은 선수도 김광현이었다. 그를 괴롭혔던 어깨도 지금은 아프지 않다. 1~2년 정도 더 상승세를 탈 수 있다면 올해의 조건보다는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다시 MLB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김광현은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좀더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며 또 다른 시작을 기약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