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6, SK)이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꿈을 잠시 접었다. 이 과정에서 추측이 분분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광현의 몸 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MLB 진출에 나섰던 김광현은 독점교섭구단이었던 샌디에이고와의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한국시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이 생각하는 금액차가 다소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광현은 추후 제 값어치를 받으며 MLB에 다시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택했다. 야구계에서는 “김광현이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광현이 제 가격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부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광현은 왼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2012년과 2013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에 몇몇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의 어깨 상태를 문의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특히 김광현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스카우트들의 의문도 강해졌다. 한 빅마켓 팀 스카우트는 소속팀이었던 SK에 X-레이의 수준을 넘어 자기공명영상(MRI) 영상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는 MRI 영상을 내주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였다. 우선 포스팅시스템의 규약이었다. 규약상 포스팅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특정 구단과 접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MRI 필름을 넘겨주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추후 탬퍼링에 대한 여지를 남길 수 있어 SK는 이 달콤한 제안을 거부했다. 두 번째는 선수 보호였다. 그 팀이 김광현이 입단할지, 그렇지 않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수의 어깨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도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김광현과 SK는 어깨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김광현은 올해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위험부담이 큰 수술보다는 재활로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김광현은 올해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항상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구속으로 돌아온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는 김광현의 어깨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실제 김광현은 시즌 뒤 어깨 상태에 대한 재검진에 들어갔고 긍정적인 소견을 얻었다. 한 시즌을 소화하며 많은 이닝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어깨 상태는 시즌 전과 시즌 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의사로부터 “메이저리그 팀들의 피지컬 테스트를 통과하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말도 들었다. 샌디에이고 역시 김광현의 신체검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이는 향후 김광현의 행보에도 긍정적인 대목이 될 수 있다. 비록 올해는 어깨 상태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지만 1~2년 정도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좋은 MRI 필름이 된다. 샌디에이고의 신체검사를 받았다는 점도 다른 구단에는 확신의 근거가 된다. 아프지 않은 김광현이라면 언제든지 MLB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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