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앞둔 ‘LF 쏘나타’는 현대차의 중요한 볼륨 모델이다. 그 동안 ‘국민차’로 불리며 현대차의 성공의 척도로 여겨졌다. ‘안티 현대’의 몰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도 쏘나타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연비 수정, 기대에 미치지 못한 디자인과 성능, 판매 부진으로 말이 많아도 ‘YF 쏘나타’ 오너로서 개인적으로 ‘LF 쏘나타’가 매우 궁금했다.
디자인은 뭐 말할 것도 없다. ‘YF 쏘나타(이하, YF)’가 곡선이라면 ‘LF 쏘나타(이하, LF)’는 직선이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표현된다. YF는 전체적인 차체 형태부터 측면 라인, 쭉 찢어졌음에도 곡선으로 마무리된 헤드라이트, 보닛의 캐릭터라인조차도 완만한 곡선이 펼쳐지듯 이어진다.
그런데 LF는 이와 모든 것이 반대다. 네모나게 각진 라디에이터그릴을 시작으로 곡선보다는 직선 위주로, 부드러움 보다는 각진 모습의 남성적인 매력을 풍긴다. 이 덕에 ‘자동차’라는 기계로서의 느낌이 이전보다 강해져서 현대차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설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외관만으로도 느껴졌다.

LF는 YF보다 더 적은 선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출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라이트부터 뒷좌석 창문까지 이어지는 크롬장식으로 그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멀리서도 측면부의 크롬 장식과 앞 바퀴 펜더에서 시작해 테일램프에서 끝나는 웨이스트 라인으로 인해 한 눈에도 LF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후면부 또한 전모델과 전혀 닮은 점이 없다. 전면부를 비롯해 LF는 YF보다는 오히려 현대차의 다른 모델들과 유사하다. 앞은 ‘제네시스’를 닮았으며 뒤는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구축해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오르자 실내공간이 확실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F도 좁은 실내는 아니었기에 더 넓어진 ‘LF’는 혼자 타고 있으면 휑하다는 허전함까지 들게 했다. LF는 전장 4855mm, 전폭 1865mm, 전고 1475mm의 차체 크기로, YF보다 각각 35mm, 30mm, 5mm가 늘어났으며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기존 2795mm에서 2805mm로 10mm가 늘어났다.

외관에서의 ‘직선 감성’은 실내에서도 계속됐다. 평평하게 펴져있는 센터페시아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 펴져있기 보다는 눌려있어 보였다. 또, 이전보다 핸들에 몇 가지 기능 버튼이 추가 되면서 센터페시아가 매우 간결해졌는데 깔끔하다기보다는 무언가 빠진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한 존재인데, 이후 다시 YF에 오르니 LF에 비해 다소 복잡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외관에서 풍기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LF가 얼마나 ‘기본기’, 즉 주행성능에 충실한 모델인지 알아볼 차례다.
우선, LF는 휠과 액셀, 브레이크 등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YF에 비교한 것이기도, 동급의 경쟁모델에 비교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볍다고 해서 밟는 느낌이 모자라지는 않다. 액셀이나 브레이크 모두 강하게 눌러주면 발바닥에 감각이 전해진다.

가장 먼저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브레이크였다. 저속에서의 브레이크 반응이 좋다 못해 어린아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브레이크의 초반 반응이 좋다 보니 속도를 올려도 금세 다시 잡아주기에 운전자로 하여금 더 달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속 주행 후 제동을 하거나 급격한 제동을 해야 하는 경우, 기대만큼 야무지게 잡아주지 못하는 모습은 YF대비 개선이 됐다 해도 여전히 아쉽다.
LF는 전 모델과 달리 스포츠와 노멀, 에코 3가지의 주행모드도 지원하면서 ‘달리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시승기간 내내 주로 스포츠 모드를 이용했으나 저속 3000rpm/70km 이하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들려와 시내에서는 속도에 따라 노멀과 스포츠를 번갈아가며 거리를 누볐다.

노멀에서는 80km이후 액셀을 강하게 눌러 급가속을 시도하면 rpm이 올라감과 동시에 엔진이 순간 가속을 위해 힘을 내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때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주면 엔진의 소음은 바로 잦아들고 언제 힘이 들었냐는 듯이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갔다. 이는 rpm 게이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속도계가 얼마까지 올라가건 노멀과 에코에서는 4000을 넘어가며 치솟던 rpm 게이지가 3500rpm 이상을 넘기지 않았다.
그야말로 ‘맹’한 매력을 뽐냈다. 직각과 평행주차 모두 스티어링 휠을 바삐 돌려가며 운전자의 팔 힘을 아끼도록 해줬지만 전방으로 10m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지 않는 한 주차 공간 인식이 어려웠으며 주차 공간을 생각보다 넓게 사용해 양 옆에 주차된 차가 있을 경우 주차완료까지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또, 친절하게 음성으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떼는 타이밍을 알려줬지만 누군가의 지시 후 밟는 액셀과 브레이크는 스스로 생각해 밟는 것보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LF의 시승은 서울 시내 주행 45km를 포함해 250km 거리의 강릉을 왕복했으며 연비는 11.2km/l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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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쏘나타 엔진룸과 트렁크.

LF 쏘나타의 헤드라이트와 파노라마 썬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