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내년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발투수 부족이다. 아직까지는 외국인투수 두 명에 송승준까지 세 명 뿐이다. 외부수혈로 선발진을 채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부에서 선수를 키워야 한다.
이종운 감독은 장원준이 팀을 떠난 뒤 "선수 한 명이 떠났지만, 그 자리를 채우려는 기존 선수들이 열심히 야구를 할 것이다. 오히려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큰 기대를 받는 선수라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야구다.
지금 롯데가 안고 있는 고민들은 최상위순번 지명선수들이 잠재력을 터트리면 된다. 1차지명, 혹은 2차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은 그 해 야구를 가장 잘했던 선수들이다. 최소한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었기 때문에 높은 순번으로 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다. 잠재능력만큼은 충분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계기만 있다면 충분히 1군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롯데로부터 1차지명, 혹은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 가운데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일단 2007년 1차지명(2명) 콤비인 이상화-이재곤은 선발투수 자원으로 분류된다. 이재곤은 2010년 깜짝 활약 이후 점점 팀 내 입지가 좁아졌고 급기야 올해는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상화는 5선발로 기회를 받았지만 인상적은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힘겨운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 복귀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조정훈은 한때 롯데 우완 에이스였다. 2009년 다승왕 이후 2010년 초반까지는 리그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후 부상과 수술이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검증보다는 기량 회복이 필요한 조정훈도 2005년 2차 1라운드 출신이다. 조정훈은 이르면 5월에서 6월 경 마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 예정이다.
나승현도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2006년 2차 1라운드 출신인 나승현은 신인때 성적이 가장 좋았다. 군 복무까지 마쳤지만 2010년 이후 1군 등판기록이 없다. 올해 결혼식까지 올린 만큼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나승현과 마찬가지로 경찰청 출신인 이웅한도 2007년 2차 1라운드 출신, 아직 1군 등판기록은 없지만 내년 첫 등판을 노리고 있다.
야수 중에서는 손용석(2006년 1차지명)과 장성우(2008년 1차지명)의 활약이 필요하다. 손용석은 양승호 감독 시절에는 대타와 대수비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김시진 감독 부임 후 2년 동안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장성우는 내년 용덕한이 빠져나간 가운데 출전 시간이 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하준호(2008년 2차 1라운드)도 있다. 하준호는 올해 1군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31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 1홈런 11타점을 올렸다. 경남고 시절 야수로도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수인만큼 세기를 다음으면 내년 외야에서 더 많은 출전기회가 갈 전망이다. 롯데 좌익수도 무주공산인데 하준호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롯데는 내년 불가피하게 리빌딩을 하게 됐다. 만약 1차지명, 혹은 1라운드 지명선수들이 자리를 잡는다면 다시 한 번 야구판에 돌풍을 몰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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