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하녀들’, 제목값 했다..자극적이고 중독적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12.13 07: 42

‘하녀들’, 생각지 못한 자극들이 가득했다. 단순한 자극들이 아니라 중독성까지 있다. 제목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제목에서 예상되는 자극은 아니다. 거침없는 표현과 장면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양반과 노비의 불꽃 튀는 대립이 꽤 볼만했다.
JTBC 금토드라마 ‘하녀들’(극본 조현경, 연출 조현탁)은 엇갈려 버린 신분과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 거침없이 나아가는 청춘남녀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지난 12일 방송된 1회분에서는 국인엽(정유미 분)이 노비가 된 모습이 강렬한 시작을 알리며 이어 아무 가마나 타지 않고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 타는 도도하고 고고한 양반집 규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하녀들’은 초반 국인엽을 극과 극으로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국인엽의 운명을 먼저 알려주며 시작한 ‘하녀들’ 첫 회는 빠른 전개와 인물 간의 대립들로 긴장감을 형성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국인엽을 상대로 무명(오지호 분)과 단지(전소민 분), 허윤옥(이시아 분), 윤씨 부인(전미선 분)의 대립을 비롯해 그 외 인물들의 갈등이 재미를 선사했다. 보통 현대극에서 볼 수 있는 갈등관계가 아니라 양반과 노비, 조선시대 계급사회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극한의 대립이 중독성이 있었다.
특히 ‘하녀들’에서 보여준 양반집 규수 국인엽의 대사는 그간 사극에서 들었던 대사와는 꽤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최근 ‘땅콩 리턴’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국인엽의 대사가 남달랐던 건 사실이다. 국인엽은 개국공신 세도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고운 용모와 트렌드세터 다운 옷맵시로 한양 제일의 퀸카로 우아함과 기품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노비를 대하는 태도는 불편했다.
극 중 은기(김동욱 분)가 준 꽃다발을 들고 꽃가마를 기다리던 인엽은 눈앞에 놓인 가마를 보고는 칠이 벗겨졌다면서 다른 가마를 원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가마가 아닌 수많은 가마가 대령됐다. 그러나 이도 마음에 들지 않은지 가마를 빌려 오라며 “아무도 쓰지 않은 새것.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신상품이여야 한다.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다 하고”라고 말했다. 우아한 인엽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되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인엽은 철저히 양반이었다. 보통의 사극에서 봤던 양반집 규수가 아니었다. 철부지면 완벽히 철부지 규수거나 노비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규수였지만 인엽은 달랐다. 인엽은 병판댁으로 가는 길에 흥분한 소 때문에 가마꾼이 다쳐 한 사람이 부족한 가운데 우연히 무명에게 도움을 받고는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했고 무명이 이를 거절하자 자신을 조선의 개국공신인 명문거족 국씨 집안의 무남독녀 인엽이라고 소개하고는 “여느 반가의 규수들과는 그 급이 다르다는 뜻이다”고 소리쳤다.
이뿐 아니라 인엽은 윤옥의 신랑감이 자신과 정혼한 은기라는 걸 알고는 화가 난 가운데 윤씨 부인에게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크게 분노해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전에 단지(전소민 분)가 철없이 인엽의 신을 신고 있었고 이를 본 인엽은 화를 내며 온갖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인엽은 신을 갖다 버리라며 “천비가 발을 댄 것이다”라고 하더니 “가마를 바로 대거라”라고 불가능한 일을 시켰다. 또한 무명이 업어서 가마까지 데리고 간다고 하자 “치워라, 어디다 그 더러운 등을 들이미느냐”고 했다. 이어 인엽이 설마하며 “비단이라도 깔아 드릴까요?”라고 묻자 인엽은 “그러던지”라며 무명을 빤히 봤다. 무명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당황한 듯 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양반집 규수 인엽의 대사와 행동으로 빗어지는 인물들과의 대립이 자극적인 중독성이 있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의 장면이 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양반과 노비의 긴장관계가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 앞으로 전개될 이들의 롤러코스터 같은 관계가 기대된다.
kangsj@osen.co.kr
JTBC ‘하녀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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