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을 선언했던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26, SK)과 양현종(26, KIA)의 메이저리그행이 좌절됐다. 하지만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1~2년 뒤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선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SK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현 선수와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구단과의 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라고 전했다. 김광현은 200만 달러라는 예상보다 적은 포스팅 금액에도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구단도 김광현의 뜻을 존중해줬고 최고액을 제시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금액 차로 인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적은 포스팅 금액으로 인해 세부 계약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받지 못할 것이 예상됐다. 김광현은 “금액은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끝까지 샌디에이고와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SK 잔류를 선택하게 됐다.

이에 앞서 양현종은 자신에게 책정됐던 포스팅 최고액을 수용하지 않았다. 양현종도 금액에 상관없이 해외 진출을 원했으나 구단과 상의 끝에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IA는 애초부터 “에이스에 걸맞은 대우여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IA와 양현종의 선택이 옳은 것일지도 모른다. 김광현보다 낮은 포스팅액을 제시받은 것으로 예상돼 협상 테이블에 앉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두 좌완 에이스의 해외 진출은 미뤄졌다. 이들에 앞서 2013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의 활약이 몇몇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 피부로 느낀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류현진은 2012년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2574만 달러,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김광현, 양현종의 금액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의 한국에서의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류현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7시즌을 뛰면서 통산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 1238탈삼진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한국야구에서 류현진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역 선수는 없었다. 단 7시즌을 뛰면서 역대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특히 2번이나 한 시즌에 200이닝 이상을 던질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났다. 높은 금액을 받을만한 기록이었다.
반면 김광현, 양현종은 각종 기록에서 류현진보다 뒤쳐진다. 국내야구에서 류현진만큼 이룬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회는 아직도 열려있다. 두 선수 모두 ‘26세’라는 젊은 나이이기에 1~2년 뒤 재도전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국내리그를 압도할만한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국내리그에서 뛰는 동안 외국인 투수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즉 스스로 몸값을 높일 수 있는 활약을 해줘야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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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양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