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타고투저의 한 해를 보낸 한국프로야구의 마운드에 적색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토종 선수들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는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도 단적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장기적인 시선에서 투수들을 길러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이는 넥센의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이었다. 올해 20승의 대업을 쌓은 밴헤켄은 가장 마지막으로 시상된 투수 부문에서 전체 유효표 321표 중 85%가 넘는 278표를 쓸어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당시 KIA) 이후 5년 만의 수상이었다.
밴헤켄의 수상에는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다.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였다. 다승 1위, 평균자책점 3위에 190이닝에 가까운 이닝소화도 기록했다. 여기에 20승이라는 상징성은 투표에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2위도 외국인 선수였다. 삼성의 릭 밴덴헐크가 34표를 가져가며 2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1·2위를 휩쓰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반면 토종 선수들은 저조한 득표에 머물렀다. 지난해 수상자이자 구원왕인 손승락은 7표, 홀드왕인 한현희가 1표에 그쳤다. 봉중근도 1표를 받는 데 그쳤다. 세 명의 국내 후보들이 받은 총 득표가 단 9표였다는 의미다. 한 시즌을 열심히 뛴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 되지만 “비슷한 성적이면 국내 선수”라는 흐름이 있는 골든글러브의 표심 향방을 생각하면 이 역시 ‘다시 나오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물론 골든글러브 후보가 ‘타이틀 홀더’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득표할 수 있는 투수들이 후보군에서 빠진 것은 사실이다. 13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위에 오른 김광현(SK), 토종 최다승을 기록한 양현종(KIA)은 이번 후보군에서 빠졌다. 이들이 후보에 올랐다면 수상까지는 힘들어도 토종 득표가 이렇게 적지는 않았을 것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찜찜함은 남는다. 토종 마운드가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토종 트로이카’를 중심으로 한 마운드는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류현진과 윤석민이 한 해 차이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김광현 또한 그 뒤를 밟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에 비해 토종 에이스들이 성장하는 속도는 다소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선발진에서 새롭게 탄생한 10승 국내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신인 선수들은 상당수가 부상으로 한 해를 날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몸값이 치솟는 것은 당연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장원준(두산)과 윤성환(삼성)의 올해 FA 계약은 이를 상징한다. 한편으로는 외국인 선수들에 의존하는 비중도 커진다. 유망주들이 클 수 있는 조건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현장 및 구단들의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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