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21세기 전 세계적인 화두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자원은 고갈되며 자연은 파괴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자원과 자연의 소모를 최소화하며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LA 다저스의 이번 윈터미팅 부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 해도 될 만큼 훌륭했다. 시즌 종료 후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 조쉬 번스 수석 부사장 체제로 개편된 다저스는 이번 윈터미팅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대신 더욱 단단해졌다. 자원 낭비는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요체는 이렇다. 맷 켐프와 팀 페데로위츠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보내고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 투수 조 윌랜드, 잭 에플린을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 이전에 디 고든과 댄 해런, 미겔 로하스를 마이애미 말린스에 내주고 4명을 받은 다저스는 이들 중 앤드류 히니를 LA 에인절스에 보내고 검증된 2루수 하위 켄드릭을 영입했다. 켄드릭은 필라델피아에서 온 지미 롤린스와 키스톤을 이룬다. FA 시장에서는 선발투수 브랜든 맥카시도 데려왔다.

그러면서 다저스는 연봉 총액을 줄였다. 2억 3500만 달러에 달하던 선수단 연봉 총액은 맥카시의 몸값을 포함해도 2억 14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방망이는 좋지만 수비력이 떨어지고 부상이 잦았던 핸리 라미레스를 잡지 않았고, 몸값이 비싼 켐프까지 보냈다. 규모가 큰 계약이 남은 켐프의 연봉을 보조하기 위해 3000만 달러를 샌디에이고에 넘겨야 하지만 큰 타격은 없다.
단순히 몸값만 줄인 것이 아니다. 포수 자리에는 프레이밍(미트질) 능력이 좋은 그랜달이 들어와 A.J. 엘리스를 대신한다. 올해 엘리스가 마스크를 썼을 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의 80%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그랜달이 있을 때는 89%였다. 프리드먼 사장은 팀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로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을 꼽는다. 호세 몰리나가 탬파베이 레이스의 영광을 이끌었듯 그랜달에게 같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라미레스-고든의 키스톤 콤비네이션은 롤린스-켄드릭으로 변화되며 수비가 강화됐다. 중견수 자리에도 유망주 작 페더슨이 들어올 예정인데, 중견수 수비도 보강된 것이나 다름없다. 페더슨은 수비면에서 돈 매팅리 감독이 팀 내 최고로 치는 선수다. 포수부터 키스톤 조합, 중견수에 이르기까지 센터라인의 모든 포지션 주인이 전보다 높은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들로 변했다.
켐프의 타격 능력이 아쉽지만 물방망이었던 엘리스가 일발 장타를 보유한 그랜달로 대체됐고, 유리몸이었던 라미레스 대신 건강한 롤린스가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켄드릭은 고든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타석에서는 고든보다 위협적인 선수다. 페더슨은 공수 양면에서 무섭게 성장할 수 있다. 올해와 비교해 큰 손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발진은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듣는 맥카시가 가세해 장기적으로 해런이 지키는 것보다 기대를 모은다.
2015 시즌 종료 후에는 브라이언 윌슨, 브랜든 리그, 후안 유리베 등 고비용 저효율 선수들의 계약도 다수 만료된다. 그러면 연봉 총액을 유지하면서도 FA 시장에서 또 다른 대어급 선수를 낚을 수 있다. 자원(자금)을 아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기 위해 프리드먼은 이번 윈터미팅 기간에 초석 다지기 작업을 했다.
다저스에서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런트 오피스는 당장의 전력 강화보다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육성 비중을 늘려 미래를 대비했다. 팀 연봉 총액이 줄었기 때문에 팜에서 좋은 선수가 올라와 자리를 잡을 타이밍에 특급 FA 선수를 데려와 기존 선수와의 조화로 우승도 노릴 수 있다. 우선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점이 고무적이다. 프리드먼 체제의 다저스를 이번 시즌 성적만 놓고 평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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