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이 이뤄지는 본격적인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SK가 간판스타인 김광현(26)의 연봉 가이드라인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냈고 자존심도 세워줘야 하는 만큼 대폭적인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추진했던 김광현은 독접교섭권을 따낸 샌디에이고와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당초 김광현의 MLB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SK는 김광현의 잔류에 다소 당황스러워하면서도 후속조치를 밟고 있다. 전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김광현이 낙담하지 않게 하는, 이른바 선수 보듬기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그 ‘보듬기’에는 연봉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다. 김광현은 올해 2억7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치고는 적다. 데뷔 초반에는 연차별 최고액을 차례로 경신하며 연봉이 치솟았지만 그 후로는 상승세가 뚝 끊겼다. 아무래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팀 내 최고 스타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고과에 따른 형평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어깨 부상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김광현은 올해 28경기에서 13승9패 평균자책점 3.30의 맹활약을 펼쳤다. 위기의 SK 마운드를 이끌었고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딱히 선발 로테이션을 걸러본 적도 없다. 말 그대로 에이스의 진면목이었다. 또한 173⅔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2010년(193⅔이닝) 이후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많은 이닝소화다. 투수에게 있어 이닝소화와 경기출전은 가장 큰 고과 지분이다. 인상요인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SK는 현재 연봉협상에 돌입해 2군 선수들을 중심으로 40% 정도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김광현이 MLB로 갈 줄 알고 따로 고과를 산정하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투수 부문에서는 김광현과 필적할 만한 선수가 없어 보인다. 무난히 투수 고과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폭적인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여기에 MLB 도전의 꿈을 잠시 접은 만큼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프리미엄’이 더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SK 내부에서도 이런 계산법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고과는 정형화되어 나와 있다. 다른 선수들과 차별성을 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리미엄의 경우는 구단의 판단에 따라 조금씩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얼마로 산정하느냐에 따라 이번 김광현의 연봉 제시액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에서는 큰 잡음이 없을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팀에 대한 충성심이 확실한 선수에게는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게 SK의 최근 기조다. 여기에 비교적 원만하게 연봉협상을 타결해왔던 옛 기억도 있다.
2010년 17승을 기록한 김광현은 데뷔 5년차인 2011년 연봉으로 2억7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2011년은 4승, 2012년은 8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SK는 큰 폭의 삭감을 하지 않았다. 2012년은 2억5000만 원, 2013년은 2억4000만 원이었다. 2년간 3000만 원을 깎는 데 그쳤다. 2013년 10승을 거뒀을 당시는 SK가 하위권으로 처져 전체 팀 연봉 규모가 줄었다. 난항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김광현은 말없이 3000만 원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현재도 고액에 가까운 만큼 저연봉 선수들처럼 아주 파격적인 인상률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인상폭 자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SK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성적도 좋았고 구단의 간판스타인 만큼 충분한 대우를 한다는 것이 구단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이 지금까지 한 몫을 생각하면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