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현실이 됐고, 성공이라는 결과물까지 꿰찼다. 무려 1년 간의 기획·제작기간을 거쳐 웰메이드로 탄생한 케이블채널 OCN 오리지널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장르극의 주요 마니아 타깃층도 넘어 4.13%(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의 시청률로 채널 역대 시청률도 경신했다.
이같은 성과에 주효했던 건 바로 '한국판 블랙 어벤저스'다.단순한 '권선징악' 드라마 구조를 화끈하게 벗어나 선과 악의 경계 자체를 모호하게 하고, 비정상적이고 반사회적인 강력 범죄에 대처하는 지독한 놈들을 내세워 확실한 대리만족을 안기는 데 성공한 것.
앞서 김상중이 제작발표회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의 울분이나 앙금 같은 게 '나쁜 녀석들'을 통해 털어냈으면 좋겠다는 말이 드라마를 모두 보고 나니 더욱 와닿았다. 실제 주변에서 있을법한 잔인무도한 사건들을 응징하는 '나쁜 녀석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는 그동안 '신의 퀴즈'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전담반 TEN' '귀신보는 형사 처용' 등 과감하고 참신한 소재 드라마로 인정받으며 장르극을 주도한 OCN이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게다가 19세 등급 관람가까지 접목시켜, 그 수위까지 끌어올려 좀처럼 TV로는 볼 수 없는 퀄리트를 완성했다.
'미친개'라 불리는 강력계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박웅철(마동석),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박해진), 완벽한 청부살인업자 정태수(조동혁)으로 구성된 '나쁜 녀석들'은 그야말로 '한국판 블랙 어벤저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첫 회 연쇄살인범에게 아들을 잃은 경찰청장 남구현(강신일)이 '나쁜 녀석들'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며 했던 말 "착한 놈 패면 폭력이지만, 나쁜 놈 패면 그게 정의다"라는 말은 11부 내내 유지됐다. 자신들의 감형을 위해 감옥에서 잠시 나온 '나쁜 녀석들'은 더 나쁜 놈들만을 착실하게 때려잡았다. 때로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진한 의리와 인간미를 내비쳐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다. 법이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 그들에게 호감까지 생겨났다. 분명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정의 구현 스토리다.

하지만 초반 우려됐던 무조건식 범죄자 미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극중 '나쁜 녀석들'은 호감과는 별개로 끊임 없이 자신들이 저질렀던 과오들에 괴로워했고 새 삶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회에 결국 경찰청장이 살해당하며 약속한 '감형' 역시 수포로 돌아갔고, 그들은 다시 차가운 감방으로 돌아갔다.
CJ E&M 박호식 책임프로듀서는 "선한 형사와 악한 범죄자로 캐릭터가 구분됐던 기존 수사물과는 달리 '나쁜 녀석들'에는 절대선이나 절대악을 추구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모순된 모습들을 드라마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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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나쁜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