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의외의 복병이다. 초저예산 다큐멘터리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가 올 겨울 극장가에서 성경 속 다윗으로 부활했다. 할리우드에서 온 골리앗 '인터스텔라'와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이 '님아'의 돌팔매에 비틀거리고 있다.
수천억 짜리 판타지 사극 '엑소더스'는 벌써 뒤로 벌러덩 자빠지기 직전이다. 천만관객을 코 앞에 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대작 '인터스텔라'도 전혀 예기치 못한 '님아' 돌풍으로 깔딱고개 막바지에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님아' 흥행 세기가 워낙 강한데다 오래 가는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님아'는 13일 하루 동안 24만 522명을 동원해 누적관객 76만 9828명을 기록했다. 지난 달 27일 개봉한 영화가 보름만인 11일 관객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더니 3일 연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인터스텔라' '퓨리' 등 수천억원 규모의 어마무시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훌훌 가볍게 제친 결과다. '님아'는 단 돈(?) 2억원 이내에 온갖 마케팅 비용까지 다 소화한 작품이다.
요즘 극장가의 진짜 흥행작은 개봉 2주차에 드러난다.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고 2주차에 정상을 유지했어도 관객수 드롭이 크다면 손익분기점 맞추기도 어렵다. 순위가 떨어진다면 더 말 할 것도 없고. 개봉 첫 주말에 뒤로 처져있다가 슬슬 치고 올라오는 영화야말로 입소문을 탄 복병이다. 서점가 스테디셀러마냥 두 세 달 내내 박스오피스 2~3위를 맴도는 영화들도 알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다.
'님아'는 이런 흥행 측정 기준에서 봤을 때 상상초월, 예측불가다. 11월 27일 개봉당시 7위로 출발했다. 하루 8607명 관객이 고작이었다. 스크린 수 227개. 첫주 주말인 29일 6위로 한 계단 오르면서 1일 1만9748명으로 10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12월 첫 주까지 '님아'는 입소문 확장과 검증 기간을 거쳤다. 관객은 꾸준히 늘면서 흥행 4~6위의 박스권을 맴돌았다. 12월 둘째 주 월요일에 처음 3위로 오르더니 드디어 10일(수) '인터스텔라'를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1위는 그 전 주 막을 올린 '엑소더스'. 관객수는 '엑소더스' 5만5549명, '님아' 4만9325명, '인터스텔라' 4만8005명의 박빙 대결.
이 때까지만 해도 영화계에선 '님아' 흥행을 이변과 순간 이상으로 보는 시각들이 꽤 있었지만 11일(목) 선두로 치고 나오더니 3일 연속 정상을 지키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이제는 한국 '워낭소리'나 올해 342만을 기록한 할리우드 '비긴어게인' 등 아트버스터들의 기록을 '님아'가 깰수도 있지않느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님아'가 '인터스텔라' 천만관객 달성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않다. '인터스텔라'는 13일 현재 1일 17만명 동원에 누적 954만명을 기록중이다. 10만명 대 관객을 모으는 건 사실상 일요일인 오늘(15일)이 마지막일 것으로 짐작된다. 12월 3주차부터는 스크린 확보가 쉽지않은 탓이다. 오는 17일에는 윤제균 연출에 황정민 김윤진 주연 '국제시장'과 연말 외화 최고 기대작 '호빗' 시리즈 3탄이 함께 개봉한다. 두 영화 모두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스텔라'가 '국제시장' '호비'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면 천만 관객 달성에 별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님아'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인터스텔라'에 돌아갈 스크린이 최소로 주는 까닭이다.
'님아'는 백발 부부의 일상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다큐멘터리다.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 부부가 무려 76년 세월을 서로 사랑하고 보듬으며 살아온 이야기다. 실화라서 더 감동이고 삭막한 현대 사회라서 더 정겹다. 올해 최고의 SF 수작으로 꼽히는 놀란의 '인터스텔라'마저 끼어들 여지가 없는 만듦새다.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한국시장에서 천만을 넘볼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런 놀란이 두 분 합쳐 187세의 한국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앞에 무릎을 꿇는 박스오피스 순위표는 경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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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인터스텔라' 영화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