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임시완의 미래를 위한 무리수를 뒀다. 자신과 영업3팀원들의 커리어를 몽땅 담보한, 이경영과의 위험한 거래였다. 시청자를 몰입케 한 tvN 드라마 '미생'의 이야기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18회에서는 영업 3팀 오차장(이성민 분)이 최전무(이경영 분)의 사업 아이템을 받아들이려하는 이야기가 다뤄졌다. 평소 모습과 사뭇 다른 이같은 행동은 다름 아닌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다.
확인을 하면 할수록 아이템은 못내 찜찜했다. 회사가 가져오는 마진률은 낮았고, 신생 에이전트가 가져가는 커미션은 지나치게 높았다. 중국의 '콴시'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상한 구석이 많다는 게 현지에 정통한 원인터내셔널 중국지사 석대리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오차장은 장그래를 위해서 눈과 귀를 닫았다.

고개를 갸웃하던 영업3팀 김대리(김대명 분)도 "장그래가 걸려있다"는 오차장의 말을 듣고 납득하며 "저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오차장에 동참할 의지를 내비쳤다. 그야말로 현실에 있을까말까한 눈물 겨운 상사들이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으나 이유를 알지 못했던 장그래는 "부서장이 되면 장그래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는 장백기(강하늘)의 말에 비로소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다.
오차장도 오차장이지만, 장그래도 장그래였다. 장그래는 오차장을 찾아가 "차장님의 판단이 혹여 나 때문에 흐려진 건 아닌가 싶다. 나를 구제하기 위해서,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서 지금 평소라면 잡지 않을 손을 잡은 건 아니신가"라며 "나 때문이라면 그만 둬달라"고 부탁했다. 도리어 "건방지다"고 외치며 최전무의 의도까지도 옹호했다.
방송 말미 등장했던 차회 예고편에는 본사에서 직접 나온 직원들이 해당 아이템의 문제점을 진단하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녹취록'의 존재를 알고 있는 '제보'에 의해서라는 말과 함께.

오차장이 장그래를 위해 건너려던 그 강은, 결국 장그래가 저지시킬 전망이다. 찜찜함 속에서 상사맨의 신념까지 덮어놓으며 잡으려던 손을 오차장을 위해 장그래가 직접 뿌리친 셈. 계약직인 장그래에게 '대책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 보단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자 의도 했던 오차장,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장그래의 모습은 또 한 번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케 했다.
서로를 위한 두 사람의 애틋한 진심이, 결국 어떤 결과를 얻을지 종영까지 2회 남겨둔 '미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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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