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인상’ SK, 김광현 처진 어깨 다독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14 13: 00

연봉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인상폭까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SK가 팀의 간판 투수인 김광현(26)에게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쓰는 연봉 인상을 선물했다. 그간의 공헌도를 인정함과 동시에 마음고생을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배려가 깔려 있다.
SK는 14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김광현과의 2015년도 연봉협상 체결을 알렸다. 종전 2억7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김광현은 이번 협상으로 무려 3억3000만 원(인상률 122%)이 오른 6억 원에 연봉 재계약을 이뤄냈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을 제외하면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인상액이다. 종전 기록은 2014년 봉중근이 기록한 3억 원(1억5000만 원->4억5000만 원)이었다.
김광현은 올해 28경기에서 13승9패 평균자책점 3.30의 맹활약을 펼쳤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위기의 SK 마운드를 이끌었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팀 마운드의 버팀목 임무를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한 인상요인이 있었다. 그러나 122%의 인상률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협상에서 밀고 당기기도 없었다. SK의 최초 제시액이 6억 원이었고 김광현도 군말 없이 도장을 내밀었다.

고과 이상의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SK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개인 성적이 좋지 못해 연봉을 올려주지 못했다”라고 했다. 실제 김광현은 최근 3년간 어깨 부상의 여파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인상 요인이 충분했고 팀은 김광현이 그간 팀에 공헌한 것을 고려해 화끈한 연봉 인상으로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팀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선수에게 고과 이상의 대우를 한다는 SK의 방침도 인상폭을 거들었다.
한편으로는 김광현의 마음을 달래는 측면도 있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추진했던 김광현은 자신의 독점 교섭권을 따냈던 샌디에이고와의 개인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낙담할 만한 여건이었다. 이런 김광현을 보는 SK의 마음도 편치 못했다. 국내 잔류를 결정한 만큼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시 뛰게 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연봉인상이었다. 선수도 생각하지 못햇던 파격적인 금액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김광현의 기를 살려줬다.
협상을 빨리 끝낸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있었다. 최대한 빨리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했다. SK는 김광현이 MLB 무대에 진출할 것을 가정하고 고과 산정조차 하지 않았지만 국내 잔류가 결정된 뒤 곧바로 움직였다. SK의 한 관계자는 “심적인 부담을 빨리 털어내고 새로운 기분 속에서 야구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제시액”이라면서 “오늘(14일) 있을 결혼식 전으로 발표 시점을 앞당겼다”라고 설명했다. 
김광현도 구단의 대우에 고마워했다. 김광현은 계약을 마친 뒤 “샌디에이고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되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곧바로 SK 구단에서 진심어린 격려와 위로를 해주셔서 감사했다”라면서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내 자신도 보다 더 가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라며 거듭 감사라는 말을 썼다. 그간 김광현이 SK를 든든하게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구단이 김광현의 처진 어깨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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