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녀의 탄생', 기승전로맨스의 치명적 함정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2.15 07: 20

주인공들은 예쁘고 멋있다. 거기에 매 회 달달한 애정행각까지 펼친다. 그러나 그게 다다.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기승전연애'로 비판받고 있다. 그 곳이 병원이든 법정이든, 어떤 상황에 처했든 결국은 연애로 끝난다는 것인데, 이 경우는 여지없이 '미녀의 탄생'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기승전연애가 아니다. 로맨스에만 너무 치중하다보니 큰 줄기를 이루는 스토리라인은 부족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시청자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미녀의 탄생'에서도 기승전연애는 계속됐다. 위너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한민혁(한상진 분)과 대결하게 된 한태희(주상욱 분)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라(한예슬 분)와의 사랑이었다. 사라에게 청혼하고 난 후 태희는 회사일을 '사라에게 믿음직한 남자로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연결했다. 게다가 마지막엔 사라에게 "외국 가서 결혼하고 잊혀지면 돌아오자"고 제안했다. 믿을 만한 핏줄이라곤 자신밖에 남지 않은 할머니는 이미 그의 안중 밖이었다.

이러한 전개가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초 이 드라마는 자신을 죽이려한 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을 향한 복수를 결심하는 사라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태희와의 연애도 중요한 스토리이지만, 모든 스토리가 개연성을 얻고 악역이 역할을 찾으려면 복수가 더욱 돋보여야했다. 그럼에도 지금 '미녀의 탄생'은 복수보다는 로맨스를 앞세우고 있다. 주객전도의 이야기는 곧 허술한 이야기 전개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이러한 로맨스 또한 클리셰로 가득하다. 태희는 매번 사라와의 달달한 상황을 상상하고,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러브신이 등장했다. 이번 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무거운 짐이 떨어지는 순간 태희가 사라를 구한다거나, 태희와 사라의 모습을 강준이 우연히 목격하거나, 사라를 향해 모든 남자들이 사랑을 느끼는 모습은 진부함의 극을 달렸다.
'미녀의 탄생'의 한예슬, 정겨운 등 배우들은 분명 멋지고 예쁘다. 이들의 코믹 연기도 돋보인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이미 하락세를 탄 지 오래다. 이쯤되면 문제는 드라마에 있다.
흔히 TV드라마를 '작가의 예술'이라고 한다. 영화에 비해 호흡이 길고, 그만큼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 것은 결국 스토리 라인이기 때문.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가 흘러가면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녀의 탄생'은 이제 6회, 3주의 방송을 남겨두고 있다. 경쟁작 MBC '전설의 마녀'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는 가운데, '미녀의 탄생'이 기승전연애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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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탄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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