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를 가져야 한다".
최근 야구계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자존심'이다. 메이저리그 진출하는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하는 선수들에게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한화 김성근(72) 감독도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쓴다. 김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의 자존심이란 과연 무엇일까.
김 감독은 "성적을 보라. 투타 톱10에 국내 선수들이 몇 명인가.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 아닌가. 외국인 선수들이 전부 톱클래스에 있다. 거기에 대해 국내 선수들은 창피함과 자존심이 없냐고 묻고 싶다"며 "우리 선수들도 외국인이랑 경쟁해서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 자존심이란 실력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투수 부문에서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부문 상위 10명 중 토종은 김광현·우규민·장원삼 3명뿐이다. 투구이닝도 상위 10명 중에서 6명이 외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그나마 타격 부문에서 국내 선수들이 자존심을 세웠지만 갈수록 '급'이 높아지는 외국인 타자들이 오는 만큼 긴장을 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대호·류현진·윤석민·오승환 등이 해외리그로 진출하고, 10구단 확장에 따른 여파로 국내리그의 수준 저하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김 감독은 이럴수록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활동기간 훈련금지를 비롯해 리그 전체적으로 자기발전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자존심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프라이드다.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나도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제리 로이스터가 있을 때 지고 싶지 않았다. 대한민국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로이스터 시절 롯데가 야구를 참 재미있게 했지만 승부는 지고 싶지 않았다. 대한민국 감독으로서 프라이드였다"는 게 김 감독 말.
김 감독은 "우리나라 야구의 문제점이라면 베테랑들과 후진들의 차이가 너무 크다. 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부분이 많다. 이런 것을 선수들이 느껴야 한다. 프로는 경쟁 사회인데 경쟁할 기회조차 빼앗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에 톱클래스는 몇 명 없다. 어린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위에서 잡아버리니까 심각한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지금 우리나라 야구는 일본 스모처럼 될까봐 걱정이다. 일본은 스모가 국기이지만 외국인들이 더 잘한다. 그러니까 스모도 일본에서 인기가 없어지는 것이다"며 "우리도 나를 비롯해 야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주춤하는 사이 야구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자기 일 똑바로 하는 것이 자존심이지, 권리만 찾는 걸 자존심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톱클래스 선수들도 돈만 많이 받지 거기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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