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들은 한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비록 전성기가 지나 한국에 오더라도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타자로는 1998년 현대 스캇 쿨바, 2003년 SK 에디 디아즈, 2008~2011년 롯데·한화 카림 가르시아, 2008~2009년 LG 로베르토 페타지니 등이 있다. 그들은 일본에서 2년 이상을 뛰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한국에서도 수준급 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도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타자를 새로 영입했으니 바로 외야수 나이저 모건(34)이다. 모건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한 중량감 있는 선수로 2013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에서 한 시즌 뛴 경험도 있다. 김성근 감독도 모건이 일본에서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

그렇다면 2013년 모건은 일본에서 어떤 활약을 했을까. 당시 모건은 시즌 초반 부진과 막판 오른손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지며 108경기만 출장했다. 규정타석에 22타석이 모자랐지만 타율 2할9푼4리 109안타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즌으로 규정타석 진입시 타율 7위. 미국에서는 한 번도 넘지 못한 두 자릿수 홈런을 일본에서 처음 해냈다.
출루율(.361) 장타율(.434) OPS(.795) 등도 다시 기준으로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규정타석 진입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출루율와 장타율 10위, OPS 11위. 삼진(81개)보다 볼넷(27개)이 적었지만, 몸에 맞는 볼 13개로 출루율을 높였다. 그해 몸에 맞는 볼 부문 리그 공동 2위에 오를 만큼 피하지 않았다.
작전수행에도 능했다. 희생플라이 2개와 희생번트 11개로 상황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다. 중심타자에게도 번트를 지시할 수 있는 김성근 감독 스타일에 적합하다. 도루는 3개로 기대보다 적었지만 발이 느리지는 않았다. 안타 109개 중 22개가 내야 안타로 20.2% 비중을 차지했고, 병살타도 3개로 최소화했다. 당시 모건의 타순은 3번(78경기) 1번(38경기) 2번(6경기) 7번(1경기) 순으로 홈런 11개 중 10개를 3번에서 쳤다.
타구분포도를 보면 우측(46.0%)이 가장 많았고, 중앙(28.2%) 좌측(25.8%) 순서였다. 당겨치기 타법을 구사했고,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235)·슬라이더(.268) 등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냈다. 우투수(.316·7홈런)보다 좌투수(.246·4홈런)에 약했고, 수비에서도 중견수(70경기)로는 실책이 1개뿐이었지만 우익수(21경기)로는 3개를 범하는 등 코너에서는 약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모건은 일본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만년 꼴찌팀 요코하마를 먼저 경험했다. 2008~2012년 5년 연속 센트럴리그 최하위였던 요코하마는 모건이 뛰었던 2013년 5위로 탈꼴찌 성공했다. 당시 요코하마 주장 이시카와 다케히로는 "우리가 연패에 빠져있을 때도 모건은 항상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재미있는 친구"라고 했다. 이에 모건은 "우리는 항상 투쟁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연속 포함 최근 6년 사이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이지만 요코하마를 겪은 모건이라면 적응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당시 ESPN과 인터뷰에서 모건은 "일본에서 첫 달은 좋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며 적응을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일본에서 새로운 것을 배웠고,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일본 시절에는 우려됐던 멘탈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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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