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는 1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3라운드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결과에 비해 경기력은 크게 부족함이 없었지만, 심판진의 오심으로 인한 1세트 패배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며 LIG손해보험은 승점을 보태지 못했다.
문제가 된 상황은 1세트에 일어났다. LIG손해보험이 24-23으로 앞서던 상황에 대한항공의 라이트 마이클 산체스는 블로킹을 시도하다 오른팔로 안테나를 건드렸다. 심판이 정상적인 판정을 했다면 듀스까지 가지 않고 LIG손해보험이 1세트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진병운 주심은 공이 산체스의 손을 맞고 반대편 코트에 떨어지자 산체스의 블로킹 득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1점을 얻어 24-24를 만들었다. LIG손해보험으로서는 첫 세트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 듀스에 접어드는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 문용관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비디오 판독을 써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바뀐 규정에 의하면 심판 합의판정이 사라진 대신 비디오 판독은 한 차례 늘어났지만, 한 세트에 두 번을 쓸 수는 없다. 문 감독은 1세트에 이미 비디오 판독을 활용해 이 시점에 요청을 할 수 없었다. 진병운 주심에게 항의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옐로카드뿐이었다. 조선행 부심에게도 어필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문 감독의 강력한 항의에 경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속개되지 못했고,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은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이겨야 할 세트를 얻지 못한 LIG손해보험은 맥이 빠진 채로 듀스에 접어들었고, 대한항공에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는 반격했지만, 3~4세트에 잘 싸우고도 뒷심이 부족해 1-3으로 패해 승점을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진의 경기 운영은 다소 아쉬웠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지만, 진 주심은 문 감독이 항의하는 이유를 제대로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리고 항의가 거세지자 옐로카드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번복하기 힘든 상황이라 해도 왜 항의를 하는지는 들어볼 순 있었고, 옐로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면 경기가 빨리 속개될 수 있도록 더 일찍 꺼냈어야 했다. 심판진의 결단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억울했겠지만 문 감독의 항의도 경기 흐름을 끊을 정도로 길었다. 문 감독이 넋두리가 끝난 뒤에는 선수단이 진병운 주심에게 항의했고, 문 감독은 조선행 부심에게 가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문 감독은 격정을 토로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코트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심판진의 실수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심판진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러한 태도에 화가난 문 감독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문 감독도 100% 옳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감독에게 경고 메시지만 보낸 심판진이 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진병운 주심이 꺼낸 옐로카드는 문 감독이 아닌 자신을 향했어야 옳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종종 실수를 한다. 실수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실수보다 나쁜 것은 권위의식이다. 문 감독의 항의가 지나쳤음에도 끝까지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오심에 대한 암묵적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허나 오심을 인정했다 한들 빼앗긴 세트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누군가 잘못하면 심판이 옐로카드를 내보일 수 있지만, 심판이 잘못하면 누가 옐로카드를 꺼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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