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LG가 있었던 것 같다. LG가 잘 되기를 바라곤 했다. 신기하게도 선수 때보다 코치가 되고 나서 그런 마음이 강해졌다.”
다시 줄무늬 유니폼을 입기까지 15년. 마침내 LG 트윈스로 돌아온 김동수(46) 2군 감독이 LG의 미래를 책임진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OSEN과 인터뷰에서 LG가 유망주 산실이었던 1990년대 모습을 되찾을 것을 다짐했다.
먼저 김 감독은 이천 최첨단 시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지난 7월말 개장한 LG 2군의 터전, 챔피언스 파크는 천연잔디 그라운드·대규모 실내 연습장·안락한 숙박시설·다목적 재활센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최대 야구시설이라 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김 감독은 최고 시설에서 선수들을 육성하게 된 것을 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들어와서 자세히 보니 정말 시설이 잘 되어있다. 선수들이 시간만 투자하면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구리는 시설이 열악했다. 숙소에서 그라운드까지 너무 멀었다. 숙소 건물 아래에 있는 웨이트 시설 또한 부족했다. 이곳은 모든 게 최고다. 게다가 모든 시설들이 붙어있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훨씬 짧아질 것이다. 모든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라 본다.”
최고 인프라를 통해 1군 선수를 만들겠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2015시즌의 목표는 퓨처스리그 성적이 아닌 선수 개인의 육성이다. 어린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1군을 서포트하는 2군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이런 인프라를 갖춰 놓고 1군 선수를 못 키우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내년 목표는 2군 성적보다는 1군 보강에 중점을 둘 것이다. 1군에 부상자가 생기거나 취약 포지션이 발생하면, 2군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게 하겠다. 물론 하루아침에 2군 선수가 1군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 구장 규격을 잠실구장과 똑같이 한 것에는 다 의도가 있다고 본다. 1군에 올렸던 선수가 다시 2군으로 오더라도 좌절하지 않게 하겠다. 진지하게 야구에 전념하는 선수를 만들고 싶다.”
김 감독은 그동안 코치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LG에서 모두 쏟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2014시즌 프로 5년차 박동원을 넥센의 주전포수로 키워낸 바 있다. 김 감독의 육성 철학에는 야구에 임하는 자세와 기본기가 뿌리를 이루고 있었다.
“훈련을 많이 시킬 것이다. 그런데 훈련보다 중요한 것이 자세다. 의욕과 열정이 있어야 실력이 향상된다. 동원이도 그랬다. 군대 가기 전부터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인지 군대를 통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는데 군대를 갔다 와서 몸과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기본기 역시 중요하다. 기본기가 되어있지 않으면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없다. 기본기가 돼야 30대가 넘어서도 실력이 유지된다. 삼성 선수 시절 조범현 당시 배터리코치님을 통해 포수의 훈련이 무엇인지, 포수의 기본기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꼈다. 20대에는 힘·체력·순발력으로 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20대에 기본기가 안 되면 30대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잘못된 기본기로 인해 30대에 고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자세와 기본기를 모두 갖춘 선수가 되게 하겠다. 눈높이를 선수 개인에 맞추겠다. 선수들의 성격과 환경을 파악, 진지하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 신예선수들은 기본기부터 차곡차곡 쌓게 할 것이다. 기본기를 갖추면 기량 향상이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김 감독은 LG가 2000년대 유망주의 무덤이 된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LG가 MBC를 인수한 첫 해에 신인왕과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석권했었다. 김 감독 이후에 LG는 1994년 유지현·1997년 이병규가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들 외에도 송구홍 차명석 이상훈 김재현 서용빈 조인성 등 신예들이 무섭게 성장, 그야말로 유망주 산실이었다. 신예들의 빠른 성장으로 1990년대 LG의 황금기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90년대에 상위 지명된 선수들은 다 잘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빠르게 팀의 주역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선수들의 수명이 길어졌다. 그만큼 밑에 선수들이 올라오기 힘든 구조다. 사실 LG는 2000년대에도 좋은 신예들이 많았다. 너무 서두른 게 문제였다고 본다. 2, 3년만 더 기다리고, 참착하게 키웠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LG를 떠나고 잘 된 선수들만 봐도 그렇다. 급하지 않고, 성장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면 LG에서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시설이 바뀌고 좋아진 만큼, 구리에서 할 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지금도 좋은 선수들은 많다. 마무리캠프에서 본 포수 3명(유강남 조윤준 김창혁)과 투수들 모두 잠재력이 느껴졌다. 앞으로는 신예 선수들의 성장도 2, 3년 단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15년 동안 LG와 떨어졌지만, 언젠가는 LG로 돌아오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1999년 한국프로야구 첫 FA 이적 선수가 됐으나, 친정팀을 향한 그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LG를 떠났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LG가 있었던 것 같다. LG가 잘 되기를 바라곤 했다. LG와 상대팀으로 맞붙는 경우가 아니면, LG가 이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선수 때보다 코치가 되고 나서 그런 마음이 강해졌다. 나도 모르게 LG의 어린선수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최승준 채은성 문선재 등은 2군에 있을 때부터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다. 이제 1군에 올라왔는데 앞으로 2군에서 이런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1군 투수진이 두텁긴 하지만, 2군의 어린 투수 중에서도 공에 힘이 있는 이들이 많다. 1군 불펜진 또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면, 변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2군 어린 선수들이 1군으로 치고 나가게 만들겠다.”
한편 LG 2군은 2015년 2월 대만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군 스프링캠프가 열리는데 약 한 달 동안 훈련과 연습경기를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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