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봉사활동을 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해온 유희관(28, 두산 베어스)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팀의 일본 마무리훈련에 참가했던 유희관은 지난달 26일 귀국한 후 간단한 운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봉사왕’으로 불리고 있다. 구단에서 주최하는 봉사활동 등의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선수가 바로 유희관이다. 언제나 유쾌하고 팬 친화적인 모습은 리그 최고다.
봉사활동에도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단순히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다. “프로야구가 팬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겨울에는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항상 보람 있고 의미 있다. 뜻 깊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유희관의 설명. 16일에는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어린 환우들을 위한 산타가 되기로 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마무리훈련 기간에는 강도 높게 운동을 소화했다. 유희관은 “시즌에 많이 던졌기 때문에 공을 만지지는 않았다. 대신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권명철 코치님과 함께 숙소에서 연습장까지 3~40분 거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걸어서 이동했다. 몸무게가 4~5kg 정도 빠졌다”고 밝혔다. 휴식기임에도 유희관은 당시의 몸을 유지하고 있다.
1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로 동료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떠날 유희관은 오는 17일부터 다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지훈련까지 남은 1개월 동안 캐치볼을 조금씩 한 뒤에 애리조나로 건너가 1주 정도 캐치볼 거리를 늘리고, 이후 피칭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유희관의 현재 계획이다. 유희관은 “이 루틴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경기 수가 늘어나 몸을 일찍 만들면 후반에 하락세가 올 수 있다. 피칭도 100% 힘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마지막까지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포크볼은 다음 시즌 공개된다. 유희관은 “구종은 계속 갈고닦을 것이다. 올해 피홈런도 많았고, 지난해보다 공이 좀 높아지는 부분이 있어서 중반에 힘들었다. 더 낮은 곳에 구석구석 던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포크볼은 다음 시즌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첫 등판 때부터 던질 계획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FA 최대어 장원준이 가세해 어느덧 토종 좌완 왕국이 된 두산에서 유희관은 장원준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테세다. 이미 유네스키 마야와 재계약한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까지 재계약을 하더라도 우완과 좌완 투수를 지그재그로 선발 기용하기 위해 국내 선수가 2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유희관 역시 2선발을 노리는 선수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욕심을 숨겨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4선발이라고 했는데 2선발은 국내 선수가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많이 봤다. 2선발을 놓고 원준이 형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 같고, 보이지 않게 서로 분발한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2선발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위치든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던질 것이다”라는 것이 유희관의 생각이다.
지나간 시간은 빠르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유희관 역시 “시즌이 끝나고 보니 올해도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봐주셨으면 좋겠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겠다는 처음 목표는 이뤘다. 토종 최다이닝도 달성해서 어느 정도는 만족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내 책임도 있다고 본다”는 말로 마음에 들었던 점과 책임을 느끼는 부분을 동시에 언급했다.
이제 심신이 모두 성숙한 30대 투수다. 유희관은 “10승이 보장된 선수는 아니지만 선발 한 자리를 맡길 수 있는 선수는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조금씩 야구가 더 재미있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어려움도 생기고 있다. 한 달 뒤면 30대가 되는데, 더욱 잘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드는 유희관이 30대 특유의 관록을 더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2년 연속 토종 최다이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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