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경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하비에르 아기레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스페인 검찰 당국에 의해 고발당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6일 "경질위기, 아기레 감독 결국 승부조작으로 고발... 아시안컵은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 대행으로 치뤄지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아기레 감독의 경질 가능성을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에 따르면 15일 스페인 검찰 당국이 아기레 감독을 승부조작 혐의로 고발했으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돼 법원에 출두할 가능성이 높다.
아기레 감독은 이날 2연패를 노리는 일본 축구대표팀의 최종명단 23명을 발표한 참이었다. 그러나 산케이스포츠는 "아기레 감독이 지휘할 수 없게 될 경우 U-21 대표팀 감독인 데구라모리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게될 것이 유력하다. 최악의 경우 아기레 감독은 경질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승부조작설이 불거진 순간부터 일본이 두려워하던 사태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발렌시아 법원이 고발장을 접수하면 아기레 감독의 출석을 요구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기레 감독은 부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프로 지도자로서 승부조작에 관여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으나 일본으로서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이 당국으로부터 고발당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만으로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산케이스포츠는 "'고발=유죄'인 것은 아니며 모든 것은 이후의 조사 결과에 달려있다. 현재는 경기에 관련된 관계자 중 한 사람으로서 고발명단에 올라있는 것 뿐이며, 아기레 감독의 고문 변호사가 주장하기로는 법원 출두는 빨라도 내년 2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기레 감독은 아시안컵을 이끄는데 영향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형사 사건이 일반적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3~4년이 걸리는 것과 별개로 조사에 협력하기 위해 일본과 스페인을 오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레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100% 충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산케이스포츠는 "2010년 개정된 스페인 형법 286조에 기초한 범죄로서, 과거의 판례가 없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본축구협회 간부들도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는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문제로 인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한편으로, "결국 승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해도 감독 업무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생각해야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안컵이 지나면 내년 6월부터 곧바로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이 시작하는데 불씨를 안고 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고발은 일본축구협회가 아기레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포함한 선택지 가운데서 결단을 내려야할 필요성을 가져온 셈이다. 산케이스포츠는 "감독이 이런 상태여서는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아시안컵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2016 리우올림픽을 목표로 U-21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데구라모리를 감독대행으로 올리는 긴급조치도 있다. 감독 선정에 관여한 협회 간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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