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내 등번호를 원했으면 달라고 하지 그랬어.”
보스턴 레드삭스의 큰 형 데이비드 오티스가 16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멘션이다.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있었던 존 레스터의 입단 기자회견을 본 오티스의 ‘소감’이기도 하다.
레스터는 시카고 컵스 입단 기자회견에 앞서 새로운 저지를 받았다. 등번호 #34번이 새겨진 저지였다. 이 번호는 현재 보스턴에서 오티스가 사용하는 등번호이기도 하다. 이를 빗대 이 같은 멘션을 남겼다.

레스터는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2006년부터 #31번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62번을 달았으나 시즌 중에 우완 투수 데이비드 파울리에게 이를 넘기고 #31번을 달았다. 지난 여름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로 트레이드 된 후에도 여전히 등번호는 #31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면서 등번호를 #34로 바꿨다. #31은 시카고 컵스에서 영구 결번 된 번호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는 지난 2009년 그렉 매덕스와 퍼기 젠킨스를 기념해 #31을 영구 결번시켰다. 매덕스는 1986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92년까지 뛰었고 다시 2004년부터 2006년 7월까지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다. 2004년 이후 뛸 때 등번호가 #31이었다. 젠킨스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다시 시카고 컵스로 돌아온 1982, 1983년에 등번호 #31을 달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9시즌을 보내면서 통산 284승을 거뒀고 1991년 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이 결정됐다.
#34는 우완 투수 케리 우드가 2012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뒤 시카고 컵스에는 비어 있는 번호였다. 레스터는 자신이 이 번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케리 우드와 놀란 라이언(뉴욕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34를 달았다), 프로 풋볼(NFL)시카고 베어스의 전설적인 러닝 백 월터 페이튼이 달았던 번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페이튼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시카고 베어스 한 팀에서만 뛰었다. 슈퍼 보울 챔피언에도 올랐고 6차례 올 프로1ST팀에 선정됐다)
레스터로서는 어쩔 수 없는 #31과의 이별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대신 달게 된 번호가 현재 오티스의 등번호와 같게 됐고 이를 오티스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것이다.
오티스는 2003년 1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이후 줄곧 등번호 #34를 달고 있다. #34번을 달았던 우완 리치 가르세즈가 2002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오티스는 이 덕에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달았던 #27대신 이 번호를 선택했다.
보스턴 이적 후 9차례 올스타에 선정되고 6차례 실버 슬러거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2007년,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2013년은 월드시리즈 MVP) 오티스의 위상 만큼이나 등번호 #34 역시 이제 오티스의 상징이다. 보스턴의 유력한 영구결번 후보이기도 하다.
물론 레스터가 보스턴으로 리턴 했으면 굳이 #34를 달 필요는 없었다. 아직 보스턴은 #31의 임자가 없다. 그럼에도 오티스가 자신이 12년을 달았던 등번호를 언급한 것은 레스터와 다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오티스는 레스터에게 ‘시카고에서 아주 큰 행운을 잡길 바란다. 형제여’라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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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스터(좌측)이 시카고 컵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앞서 테오 엡스타인 야구부문 사장으로부터 등번호 #34가 새겨진 저지를 받고 있다.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