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연출, 연기. 세 박자가 꼭 들어맞았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 대한 평가다. 그 가운데 김아중이 맡은 신하경 캐릭터가 첫 회부터 풍성한 매력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날 방송은 서울중앙지법 지검장 이태준(조재현)과 그의 충실한 오른팔 박정환(김래원)이 이태준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결의를 다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박정환은 우선 검찰총장 내정자인 정국현(김응수)을 부당한 방법으로 압박했다. 정국현이 맞불작전을 놓자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그의 전 아내이자 검사 신하경(김아중)이었다.
신하경은 이태준의 친형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그와 관련해 박정환의 과거 부정수사까지 들통날 지경이었다. 급기야 신하경은 이태준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기로 하고, 박정환은 딸 예린(김지영)이란 비겁한 카드까지 꺼냈다. 신하경의 신념을 꺾은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박정환에 대한 연민이었다. 신하경은 박정환이 뇌종양 말기라는 것을 알고 증인을 포기했다.

숨가뿐 전개였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몰입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컸다. 특히 김아중은 엄마와 검사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흡인력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딸 아이의 엄마로서 모성애를 보여줄 땐 누구보다 부드러웠고, 흔들림 없이 정의를 향해 나아갈 땐 추진력 강한 강인한 검사였다. 박정환에 대한 애처로움으로 눈물을 삼키는 장면에선 여성스러움도 돋보였다.
또한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정의가 아닌 이해관계로 얽힌 검사들 사이에서 신하경은 "나쁜 사람 혼내주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억울한 일 당하면 해결해 주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전 남편의 시한부 판정에 감정적으로 동요할 만큼 인간적이기도 했다. 전문직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이처럼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었냐는 반응이 잇따른 이유이기도 했다.
박정환을 살리기 위한 신하경의 고군분투가 향후 이어질 터.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아중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만으로도 '펀치'는 볼 이유가 충분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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