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해 드라마 왕국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주중 미니시리즈가 강세를 보이며 타 방송사를 압도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다소 초라해진 모양새이지만, 완성도와 화제성을 고루 갖춘 수작 두 편을 남겼다.
◇'별그대'와 '괜사랑', 올해의 성과
올 한해 SBS 드라마 중 작품성과 시청률 등 종합적으로 성과를 거둔 작품은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와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랑) 정도다. 특히 '별그대'는 자체 최고 시청률 2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기록했다. 주연 전지현과 김수현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 여파는 중국어권으로 이어져 '별그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PD는 이 작품으로 제27회 그리메상 연출상 드라마부문, 제3회 대전드라마페스티벌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괜사랑'는 폭발적인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특히 조인성의 열연은 압도적이었다. 초반에는 자신만만한 추리소설 작가, 중반부에는 로맨틱한 남자친구, 후반부에는 자아분열 환자로 거듭나며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는 자아분열 환자 연기는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셨다. 그가 대전드라마페스티벌 대상을 거머쥔 이유이기도 했다.
◇그외는 미니시리즈는…
두 작품 외의 미니시리즈들은 안타깝다. '쓰리데이즈' '너희들은 포위됐다' '닥터 이방인'은 시청률은 좋았지만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났다.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비밀의 문'을 포함해 '따뜻한 말 한마디', '신의 선물-14일'은 엇갈리는 평가와 아쉬운 시청률로 마무리 됐다. 존재감 없었던 '유혹'이나 허망한 결말을 보여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펀치'와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웰메이드 드라마란 평가다. 각각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박경수 작가와 박혜련 작가의 작품이다. 대본은 물론 연출, 연기 세 박자가 꼭 들어맞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전반적으로 주중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침체된 가운데 두 작품이 시청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미 있지만 시청률 아쉬워
주말극으로 오면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를 제외하고 암울하다. '세결여'는 뒷심을 발휘해 초반의 지지부진을 뒤엎었지만, 뒤이은 '열애' '엔젤 아이즈' ' 끝없는 사랑'은 안타깝게 마무리됐다. '기분 좋은 날'은 조기 종영됐고, 현재 방영 중인 '미녀의 탄생'과 '모던파머'는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물론 나름의 의미는 있다.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표방한 '기분 좋은 날'은 착한 드라마로 불리며 고정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모던 파머'는 재벌, 불륜 등 주말극의 흔한 '막장' 요소를 배제하고 유쾌한 전개와 신선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시청률에선 경쟁작에 밀리지만 "'개그 콘서트' 보다 웃긴 유기농 드라마"란 찬사가 줄 잇고 있다.
◇시청률 자존심만 지켜준 일일극
일일드라마는 시청률 효자다. 다만 무리한 전개로 무장한 '막장극'으로 승부했다는 점은 안타깝다. 대표적인 예가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과 지난 13일 종영한 '사랑만 할래'다. '청담동 스캔들'은 20%가 넘는 시청률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지만, 시어머니의 기상천외한 악행이 계속되고 있다. 초반 무정자증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정자동 스캔들'이란 별명도 얻었다.
반면 젊은이들의 다양한 로맨스를 보여줄 듯 했던 '사랑만 할래'는 납치와 감금이 반복되면서 '납치만 할래'로 불렸다. 저조한 시청률을 끌어올리고자 중반부부터 이야기는 태양(서하준)과 최원장(길용우)의 대립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 태양과 유리(임세미)는 사랑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시청자 불만이 상당했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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