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힙합의 해였다고 과언이 아니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힙합뮤지션들이 관심을 받았고, 이들의 음악이 사랑받으면서 어느새 힙합은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개코, 최자) 또한 올해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힙합의 거장 DJ 프리모(DJ Premier)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역사를 새로 썼고 개코는 첫 정규 솔로앨범 '레딘그레이'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죠. 지난 5일 발매한 '싱숭생숭(SsSs)'에서는 R&B요정 박정현과 호흡을 맞춰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거둔 놀라운 성과가 '힙합 열풍'에 전략적으로 편승해 얻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뜨거운 바람이 불기 전부터 다이나믹 듀오는 묵묵히 힙합의 대중화에 앞서왔습니다. 데뷔는 2004년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가 공식적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한 1세대 래퍼들이죠.

이들은 언더와 오버를 오가며 마니아층부터 대중까지 사로잡았습니다. 경이로울정도로 유연한 플로우에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라임, 귀에 꽂히는 정확한 발음 등 실력도 정상급이지만 실력을 넘어서는 이들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 실력파들과 만들어내는 시너지..'케미메이커'
다이나믹 듀오 자체가 '케미스트리'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죠. 래핑스타일과 보이스 칼라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함께 내는 시너지는 묘한 흡인력을 자랑합니다. 두 사람은 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한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여기에 실력파 보컬들과 함께 작업하며 '케미'에 '케미'를 더해 무수한 히트곡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나얼과 호흡한 '링 마이 벨(Ring my bell)', 바비킴이 보컬을 맡은 '불면증', 정인과 함께한 '고백' 등이 있죠. 최근에는 박정현과 '싱숭생숭'을 불러 대표곡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개코는 “우리는 엄격한 사람이다. 그래서 음악 작업은 진짜 잘하는 사람이랑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투루하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지난 7월에는 힙합의 거장 DJ미어와 콜라보레이션 앨범 '어 자이언트 스텝(A Giant Step'을 발매하기도 했죠. 그가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듣고 먼저 작업을 제안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특유의 '부심' 없는 힙합 아티스트
눈을 감고 힙합뮤지션의 이미지를 떠올려봅시다. 삐딱하고 반항적인 자세에 금방이라도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 허세 가득한 발음과 제스쳐가 그려지네요. 그런데 다이나믹 듀오는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얼마든지 자만하고 허세를 부릴만한 위치에 있는데도 말이죠. 이는 겸손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네요.
늘 유쾌하고 친근한 이들은 결국 예능프로그램도 좌시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tvN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하기도 하고, KBS2 '인간의 조건'에 등장해 거침없이 망가지기도 했죠.
많은 힙합뮤지션들이 욕설과 비난으로 가사를 채우지만, 이들은 비유와 은유를 통해 소재를 유쾌하게 다루며 대중에게 다가갔습니다.
# 대중과 마니아층을 동시에 사로잡은 '실력'
사실 대중친화적인 힙합뮤지션들은 마니아층의 '디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더 시절부터 골수 팬이들이 '뜨더니 변했다', '음악이 변질됐다'고 비난하는 경우들이죠. 다이나믹 듀오 또한 오버로 올라왔을 시절 이러한 비난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이나믹 듀오 측 한 관계자는 "이들이 음악을 만들고 부를 때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힙합 안에서 좀 더 대중적인 코드를 찾으려 노력했고, 이는 다이나믹 듀오가 설립한 레이블 아메바컬쳐가 가진 칼라가 됐습니다.
마니아 층인 골수 팬들도 이제는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퀄리티가 아웃풋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그들의 고민의 흔적이 음악 여러군데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도 마니아층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어요. 개코는 17곡이 수록된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를 통해 대중적인 코드보다는 진짜 자신의 색깔을 담은 음악으로 마니아층의 목마름을 채우기도 했죠. 최자의 솔로 앨범이 제작될지 모르겠지만 기대를 걸어봅니다.
혹자들은 다이나믹 듀오를 보며 '힙합이 한국적으로 표현됐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힙합이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팀명처럼 다이나믹한 행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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