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아닌 '케미생', 공식 커플 넷 [미생 특집]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2.19 07: 50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로 통한다. 불필요한 러브라인을 배제하고 '직장인 생태 보고서'에 집중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지난 18회에서 장백기(강하늘)와 안영이(강소라)의 미묘한 감정선이 드러나자 불만을 제기했다. 팀원들에게도 속내를 숨길만큼 강인한 여성이었던 안영이가 장백기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정윤정 작가는 '미생' 속 러브라인에 대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적 멜로, 즉 '브로맨스'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미생'은 직접적인 멜로 보다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복잡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담아냈고, 덕분에 러브라인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 있는 '공식 커플'들은 누가 있는지 알아봤다.
◇장그래X오차장, 이상적인 상사와 부하  

"술 한잔 할래"라고 장그래(임시완)에게 묻는 오차장(이성민) 등 뒤로 하트 불빛이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장그래는 잠든 동기 한석율(변요한)의 담요를 빼앗아 오차장을 덮어줄 만큼 충직한 부하직원이다. 오차장 역시 장그래를 위해 각종 위험을 감수한다. 장그래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장그래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지만 타고난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낭만적인 기질과 냉철한 판단력을 고루 갖춘 오차장은 그런 장그래의 진가를 알아봤다. 이런 영업3팀의 따뜻한 지원, 장그래의 성실함과 간절함이 더해져 그는 신입사원으로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장그래와 오차장이 처음부터 화기애애한 사이는 아니었다. 오차장은 초반 낙하산 인사인 장그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남다른 양과 질의 노력"을 보고 장그래를 부하로 인정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는 상당하다. 오차장은 장그래의 의견을 반영해 요르단 사업을 재개하고, 그의 정규진 전환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그래 또한 그런 오차장의 진심을 알기에 오차장의 지시는 끈기 있게 완수한다. 김대리(김대명)와 더 오랜 시간 일한 오차장이지만, 장그래와의 유대가 남달라 보이는 것은 '순수함'이란 공통점도 한 몫한다. 
◇강대리X장백기, 이런 상사 또 있을까요 
'미생'은 장백기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장백기는 철강팀 사수 강대리(오민석)을 통해 기고만장한 신입사원에서 조직의 조화로운 일원이 돼 간다. 배추의 숨을 죽이듯 장백기를 서서히 길들이는 강대리의 조련기술은 한동안 '미생'의 관전포인트였다. 과한 애정을 쏟진 않지만, 강대리는 장백기를 늘 주시하며 다양한 가르침을 줬다. 단어 줄이기, 독일어 발음 지도는 물론 장백기의 오답에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이도 강대리였다. 장백기가 장그래의 10만원 미션에 동참하고, 장그래를 '우리'로 받아 들일 수 있던 것도 강대리 덕분이다.
이젠 장백기도 강대리를 자신의 사수로 완전히 받아들였다. "술 한잔 사주세요"라는 말이 쉽게 떨어지는 친근한 선배는 아니지만, 연말 선물을 건네고 "멀티태스킹이 안되서요"라는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릴 만큼 가까워 졌다. 자신에겐 엄격한 강대리가 장그래에겐 관대한 모습을 보이자 질투를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도 공통점은 있다. 동기들과 무조건 어울리기 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연다. 안영이를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동기로 인정하던 장백기나 만취한 동기들의 집 방문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강대리의 모습은 은근히 닮아 있다.
◇안영이X하대리, 괴팍한 로맨틱 코미디
자원2팀 안영이와 하대리(전석호)는 드라마 속 전개와 달리 애청자들 사이에서 유달리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플이다. 극중에선 접점이 많지 않고 이성적인 긴장감도 돌지 않지만, 브로맨스 커플이 많은 '미생'에서 유일한 이성 커플로 사랑 받고 있다. 악역으로 출발해 조력자가 되는 하대리 캐릭터의 입체성, 극적으로 변모한 캐릭터 간의 관계 등이 인기의 요인이다.
초반 하대리는 다소 괴팍한 인물로 그려졌다. 과거 여자 상사에게 혹독하게 당했다는 이유로 여자후배 안영이를 편견으로 대했다. 쓰레기통을 닦아오라는 명령까지 묵묵히 받아들이는 안영이의 태도를 반항으로 해석하며 매번 안영이를 구박했다. 하지만 '화물사건' 이후 하대리는 안영이를 후배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화나면 소리부터 지르는 까칠한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제 안영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마부장에게 혼나는 안영이를 걱정까지 한다. 그래놓고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영이를 위로한다. 안영이가 중국 공장 공장장 서진상(송재룡)에게 속아 산 거짓 노루꿀을 받고 귀엽다는 듯 미소 짓는 장면에서 애청자들은 "장족의 발전"이라며 박수를 쳤다.
◇한석율X장그래, 티격태격 정들었어요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한석율은 장그래를 답답하고 만만한 동기로, 장그래는 한석율을 깐족거리는 동기로 봤다. 주먹다짐도 오갔지만, 결국 우정으로 발전했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우정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석율은 신입4인방 중 리더격이다. 4명이 모이면 데면데면하지만, 그래도 한석율이 그들의 구심점이다. 인턴시절 함께 프리젠테이션(PT) 조를 이룬 장그래와는 미운정이 쌓인 듯 살갑게 다가간다.
한석율을 대하는 장그래의 태도가 흥미롭다. 장그래는 "술 한 잔 하자"는 한석율를 무시하거나 딱딱하게 대응한다. 오지랖 넓고 스킨십이 잦은 한석율을 장그래는 부담스러워 하지만, 장그래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석율은 장그래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한다. 영업3팀 선배들 앞에선 누구보다 순한 장그래이지만, 한석율 앞에서는 늘 시큰둥한 표정이다. 하지만 한석율이 성대리(태인호)의 일로 기가 죽고 힘들어할 땐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속으론 장그래도 한석율에 대한 우정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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