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에게도 들켜선 안될..올해의 말말말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2.17 14: 15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다사다난이라는 한해 정리 멘트가 올해 만큼 잘 맞아떨어지도 어렵다. 정치,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연일 '맙소사'를 외치게 되는 다양한 뉴스들이 온라인을 장식했고, 여기서 더 움츠릴 게 없다고 생각했던 일반 시민들은 조금 더, 조금 더 움츠리고 깎아내야 했다.
대중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겠다고 늘 다짐하는 연예계도 세월호 사건과 함께 한동안 깊은 시름에 잠겼으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다양한 이슈와 명장면도 만들어냈다. 그 안에서 많은 '말'들이 탄생했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는 말말말을 모았다.
▲ "사람들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이랑, 내 편을 가장한 적." - '별그대' 전지현

톱스타와 외계인의 사랑이라는, 생각해보면 일반 시청자들의 삶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이 드라마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십수년째 매력적인 전지현에, 귀여우면서도 진중한 매력을 가진 김수현에, 팍팍한 현실을 잊고 마음껏 빠져들수 있는 러브스토리는 멜로 드라마가 한번 터지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진 수 있는지 한번 더 입증해냈다.
특히 안하무인 톱스타이면서도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천송이 캐릭터는 수시로 위기에 처하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극했는데, 그 과정에서 명대사도 탄생했다. 자신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질투하고 있었던 베스트 프렌드 유인나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 많았는데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들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이랑, 내 편을 가장한 적 . 인생에 가끔 큰 시련 오는 거. 진짜와 가짜를 한번씩 걸러내라고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 "이건 특급칭찬이야" - '밀회' 김희애
언제부턴가 열몇살 어린 신부를 '득템'하는 게 하나의 능력처럼 받아들여지고, 유명인들이 '경쟁적'으로 '몇세 어린 신부'와의 결혼 보도로 이목을 집중시키던 가운데, JTBC '밀회'는 40대 주부 김희애와 20대 청년 유아인의 러브스토리를 드라마로 가공했다.
더구나 이를 매우 자극적이거나 비정상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설득력있고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멜로에서 더 나아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계급간 갈등, 특히 사회 고위층에 편입하고자 하는 40대 여성의 '찌질'하고 절박한 일상을 매우 디테일하게 그려내 일종의 사회극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극중 김희애는 20대도 깜짝 놀랄 물광 피부를 뽐내며 유아인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넌 설렐지도 모르지만 난 모른척 하겠어'라는 포스를 팍팍 풍기며 "이건 특급칭찬이야"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은 이후 다수 패러디되며 이 드라마를 대표하는 씬이 됐다.
▲ "내가 생각한 대의는 아주 평범한 것이네. 백성들 앞에 놓여진 밥상의 평화." - '정도전' 조재현 
사회 개혁을 꿈꿨던 정도전의 정치는 하루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긴장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정통 사극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리고, 기존 사극팬층은 물론이고 다양한 드라마 팬들을 모두 TV 앞에 불러모은 '정도전'은 매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대사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같은 드라마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입하는 인물과 상황 해석이 모두 달라, 새삼 그 다양한 캐릭터와 설정의 디테일함이 놀랍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앞뒤 재지 않고 사회 개혁을 향해 돌진했던 정도전을 보면서는 '저런 리더가 필요해!'를 외치는가 하면, 이성계를 보며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현대인의 가치관과 상당부분 공통점을 가진 인물은 이인임(박영규 분)이었다. 그래서 그의 명대사들은 유독 더 사랑받기도 했다.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딱 두 부류의 인간이 있을 뿐이네. 한가지는 적, 다른 하나는 도구", "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건 없지요. 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기르세요. 고작 당신 정도가 떼를 부린다고 바뀔 세상이었으면 난세라 부르지도 않습니다". "정치를 오래할 생각이라면 새겨 들으시오. 의혹은 궁금할 때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 때 제기하는 것이오" 등의 대사가 사랑받았다.  
▲ "제가 배운 것을 후배 앵커에게 전해주지 못한 것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 손석희
지난 4월 그야말로 온 국민을 패닉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사건은 늘 침착해야 할 언론사마저도 몇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만들었다. 특히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는 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아느냐고 묻는 내용의 인터뷰로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당일 손석희의 대응은 발빠르고, 또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갖가지 재난보도를 해왔습니다. 재난보도는 사실에 기반 해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피해자 유족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 있었던 부적절한 인터뷰로 많은 분들이 노여워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떤 변명과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자이자 선임 앵커로서 제가 배운 것을 후배 앵커에게 전해주지 못한 것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속보를 전했던 앵커도 현재 깊은 반성을 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을 거울삼아 JTBC의 구성원 모두 신중하고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이 진중한 사과 장면은 단번에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후 손석희는 세월호 관련 취재에 단연 앞서나가며 JTBC 시청률 상승에 큰 몫을 해냈다.
▲ "신토부으리!" - 김보성
'칼같은 합리주의'에 팍팍해진 대중의 삶을 대변하는 걸까. 김보성이 수년간 외쳐온 '의리'가 새삼 주목받았다. 그가 한 음료 광고에 등장해 밑도 끝도 없이 '신토부으리', '회오으리', '으리집 으리음료', '마무으리' 등을 외치는 장면은 지난 상반기 영 웃을 일이 없었던 대중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여기에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꿀 그의 기행, 혹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김보성에 대한 환호는 더욱 뜨거워졌다. 단순히 언행이 일치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의 인생 자체가 '의리' 그 자체였던 것. 대출을 받아 세월호 관련 기부를 한다거나,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리'를 지키느라 정작 자신은 모아둔 게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모습은 수시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아도 팍팍한 대중에게 신기함, 혹은 대리만족을 제공해냈다.
▲ "내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한테도 틀켜선 안되는 것" - 이지아 
국내 연예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지아가 드디어 토크쇼에 출연, 2년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태지와의 비밀 결혼 당시의 얘기를 풀어놨다. 조근조근 침착한 말투와 자극적이지 않되 문학적이고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그의 화법은 큰 화제를 모았고, 서태지는 이례적으로 그의 발언에 반박하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어찌됐든 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머리카락 하나까지 감춰지는 생활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다 자유롭지 않았다. 힘들기도 했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내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한테도 들켜선 안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더이상 혼자일 수 없이 혼자였다. 한 명만 알아도 금방 소문이 되니까. 내가 한 선택이 독이 되는 구나 알게 됐을땐 이미 너무 멀리 갔을 때였다."
▲ "사생활 유포 좌시하지 않겠다" - 최자
열애설이 불거지는 다양한 계기가 있었지만, 최자의 지갑 분실 사건은 그야말로 한 획을 그을만했다. 누군가 분실한 최자의 지갑을 주웠다며 사진을 찍어올렸는데 거기에서 에프엑스의 설리 사진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열애설로 한바탕 이슈를 모은 바있었기에, 최자의 지갑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자 측은 솔직하게 지갑의 주인이 최자임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사람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무리 주운 물건이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이후 몇번의 열애설을 거쳐 "서로 의지하는 사이"라며 사실상 연인관계를 인정했다.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 '명량' 최민식
영웅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은 영화계서 '명량'의 초대박을 끌어냈다. 무려 1760만여명이 이 영화를 봤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투박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동시에 극장가로 불러들이며 초고속 흥행에 성공, 애국주의가 여전히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명대사는 역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다. 거침 없이 진격해오는 일본의 300척에 맞서 '겨우' 12척의 배로 승리를 끌어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사실 그 자체로 매력적인 스토리인데, 여기에 영화 내외에서 끝없이 이슈와 논란이 터져나오며 '안보고는 견딜 수 없는' 영화가 되기도 했다.
▲ "아이고, 의미 없다." - '개콘' 정명훈
의리도 외쳐보고 영웅도 찾아봤지만,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배여든 건 '아이고, 의미 없다'라는 냉소일지도 모른다. KBS '개그콘서트' 속 코너 '선배선배'에서 정명훈이 매사 점수를 매기는 후배에게 내뱉는 이 대사는 의도치 않게 일반 일상에도 큰 공감대를 얻으며 유행어가 됐다.
어려서부터 치열한 입시 경쟁과 박터지는 취업 경쟁을 지나왔지만, 남는 것도 별로 없더라는 현재 20~30대의 시니컬한 심정이 이 유행어를 만들어낸 건 아닐지. 이 코너가 방송된지 꽤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기타를 메고 '아이고 의미 없다'를 중얼거리고 있는 남자의 그림이 담겨져있는 상황이다.
▲ "지난달에 10만원 벌었어요." - M.I.B 강남 
제국의아이들의 광희가 성형을 고백하는 등 아이돌의 금기를 왕창 깨뜨리며 큰 화제를 모은지도 2년여. 강남은 아이돌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수입과 통장 잔고를 모조리 오픈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한 그가 매점에 혼자 가는 이유에 대해 "저번달에는 그래도 40만원이 들어왔는데 지난달에는 10만원을 벌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예능 속 아이돌의 '마지노선'에 한 획을 그은 장면이기도 했다. 그는 이후로 3천원 밖에 없는 통장 잔고를 보여주는 등 전혀 화려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너무나 유쾌하고 슬프지 않게 보여줌으로써,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방황 중인 수많은 젊은층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불과 세달여만에 그는 대세가 된 상황. 현재 예능 5개 프로그램의 고정으로 활약 중이다.
▲ "터키에 이런 말이 있어요." - '비정상회담' 에네스 카야
이제 더 이상 한국말 하는 외국인에 놀라지 않을 정도는 됐지만, 어려운 말까지 섞어가며 논리정연하게 토론을 하는 모습은 신기하긴 했다.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의 한국어 토론이라는 포맷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각 패널들은 광고계를 접수하다시피했고, 사실 따지고 보면 각 나라의 한 시민일뿐인 이들의 의견은 상당한 가치가 부여된 채 보도되고, 화제를 모았다. 
그중 에네스 카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어떤 주제든 확실하게 찬반 의견을 밝히고, "터키에 이런 말이 있다"며 현란하게 속담과 명언을 인용하는 모습은 실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것. 이후 사생활 논란으로 하차하기까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가 올 한해 꽤 핫했음을 부인할 순 없겠다. 
▲ '미스 미 오어 디스 미' - MC몽
5년간의 자숙을 마치고 돌아오는 가수의 앨범명 치고는 지나치게 당돌했다. 아무 부연 설명 없이 명령문, 즉 '날 그리워하든지, 아니면 미워하라'고 직역돼버린 이 제목은 안그래도 험난했을 MC몽의 컴백에 큰 장애물이 됐다.
이후 '내가 그리웠니'라는 타이틀곡이 베일을 벗은 후에야 실은 이 앨범 제목이 'Did you miss me or Did you diss me?'라는 의문문, 즉 '내가 그리웠니? 아님 날 싫어했니?'로 의역 된다는 게 알려졌다. 어찌됐던 MC몽의 컴백은 올 한해 그 어떤 가수의 컴백보다 뜨거웠다. 음원차트 10위권는 원숭이 재킷으로 도배된채 2~3주가 흐르는 진기록을 세웠고, 그와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는 그의 컴백을 반대하는 일부 네티즌의 의견이 거세게 몰아쳤다.
▲ '요즘따라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 소유X정기고 '썸'
올해 최고의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화끈한 연애를 하기엔 이리 저리 잴 게 많은 현 세대 연애 풍속도를 가장 민첩하게 잡아낸 가사였다. 긴장감을 즐기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은 관계. 손에 잡힐듯 안잡히는 '썸'에 짜증이 나면서도 겨우 문자 한 통에 또 웃음 짓게 되는 요즘 세대 연애를 가장 잘 묘사한 내용으로, 2014년 가온 디지털 차트 총합 1위를 차지한 곡이기도 하다.
'썸'은 JTBC '마녀연애'를 비롯해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단골 소재가 됐는데, 한 세대를 대표하는 연애 패턴과 이를 반영하는 히트곡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과연 2014년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만했다. 목숨 거는 사랑, 죽을 것 같은 이별, 사실 이런 건 먹고 살기도 힘든 요즘 세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 - '미생' 이성민
대중문화가 좀처럼 주목하지 않았던 직장인들의 애환이 tvN '미생'을 빌려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들이라고 불리던 이들의 하루하루가 사실은 정치인들의 권력암투 뺨치고, 블럭버스터만큼이나 스펙터클하다는 사실. 모두가 알았지만, 기존 드라마는 외면했던 이 사실이 '미생'을 통해 매우 절절하게 그려지는 데에 성공했다.
명대사는 각 회차마다 쏟아지고 있는 중. 비정규직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야"라는 오차장(이성민 분)의 말은 직장인의 삶을 바라보는 이 작품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열심히 해봐도 되지 않지만, 세상보다는 자신을 탓하는 게 속편한 젊은층의 심리는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라는 장그래의 대사로 잘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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