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깄소' 강수일-이종호, 슈틸리케 새 해결사는 누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17 06: 05

올 해 K리그를 빛낸 강수일(포항)과 이종호(전남)가 무주공산인 축구 대표팀의 해결사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0, 독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16일 제주도 서귀포 시민축구장서 이틀 째 전지훈련을 이어갔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강풍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도 아시안컵 담금질에 박차를 가했다.
카를로스 아르모아 코치는 "제주도의 날씨가 좋아 훈련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이곳에 왔는데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지만 불청객인 눈바람도 태극전사들의 '열정'과 '배고픔'을 막지는 못했다.

바늘귀 경쟁을 통과하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8대8 미니게임서 하나같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고민거리인 최전방 공격수 대안으로 떠오른 이종호는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했다. 전날 훈련서 가장 날카로운 발끝을 자랑했던 강수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종호는 "대체 발탁으로 뽑혔지만 나에겐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고 놓치기 싫은 기회다. 기회를 꼭 잡아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해지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종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서 31경기에 출전해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2골을 터트리며 28년 만의 금메달에 일조했다. 내친김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상 낙마한 김승대(포항)를 대신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종호는 "감독, 코치님들이 힘을 앞세운 저돌성과 성실성 등 내 장점을 모두 보고 뽑았을 것이다. 장점을 살려서 좋은 인상을 남기겠다"면서 "아직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마지막 청백전에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호는 아시안컵 출전에 욕심을 내비칠 만도 했지만 '빠르게 걷는' 대신 '느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한다"는 이종호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대표팀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이 어떨지도 기대된다"며 긴 호흡으로 태극마크에 도전할 것임을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을 덜어줄 또 다른 적임자는 강수일이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서 29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올리며 결정력 부족으로 곤욕을 치른 포항의 해결사로 활약했다.
강수일은 "아직 많이 부족한 나에겐 배고픔과 절심함 밖에 없다. 그걸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인천을 통해 처음 프로에 갔을 때는 절실함이 정말 컸다. 하루 6시간 정도 집과 경기장을 오갔는데 그 때의 절심함을 잠시 잊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 자신을 알게 되면서 노력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뗀 배경을 밝혔다.
강수일은 "대표팀 옷을 처음으로 입은 나를 보니 정말 잘 어울리더라. 이 옷을 벗고 싶지 않아서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집중력에서 차이가 날 텐데 그런 면에서 자신 있다.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던졌다.
이종호와 강수일이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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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일(좌)-이종호 / 서귀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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