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활동 기간 훈련, 어떻게 봐야 할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2.17 06: 05

프로야구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12월 1일부터 2015년 1월 15일까지) 합동훈련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급기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간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수협의 박충식 사무총장은 “김성근 감독님이 12월에도 오키나와에서 선수들을 훈련에 참가시키려 하셨다. 김성근 감독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모두가 규칙을 잘 따르고 있었으나 김성근 감독님이 주력 선수 대부분을 훈련 명단에 넣으면서 오히려 규칙이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의 12월 오키나와 훈련은 무산됐다. 김 감독 역시 훈련을 할 수 없게 되자 “45일의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안 좋은 것이다. 한 달 반을 쉬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본다”라고 강력하게 반응한 바 있다. 이전까지 재활이 필요한 선수의 합동훈련은 허용됐지만, 한화는 12월 훈련에 주전급 선수들을 다수 포함시켰다.

박 총장에 따르면 김 감독은 벌금을 내고서라도 12월 오키나와 훈련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되어 있는 부분을 알면서도 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면 이는 벌금이 아닐 수도 있다. 훈련비용 내지는 ‘선수 사용료’ 개념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단번에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은 ‘프로’라는 특수성, 그리고 ‘인간’이라는 보편성 중 어떤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끝에 결정된다.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라는 특수성을 가장 우선시한다면 12월에 코칭스태프와 함께 단체로 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쉼 없이 훈련을 반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 하에 코칭스태프와 함께 훈련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프로선수이기 이전에 이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먼저 감안하면 비활동 기간 합동훈련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시즌 중 거의 쉬지 못하는 프로야구선수의 경우 비활동 기간이 없으면 방학이 없는 학생, 휴가가 없는 직장인과 마찬가지다. 성과는 올라갈 수 있지만, 과연 그런 삶이 행복하기만 할지는 알 수 없다. 프로선수라면 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할지 모르나 선수들 역시 사회의 구성원인 만큼 그들의 행복 역시 중요하다.
구단이 단체로 진행하는 훈련이 없다고 해서 선수들이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재능기부 활동이나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주전 자리를 지키거나 따내기 위해 개인훈련에 매진한다. 방학이 더 바쁠 이유도 충분히 있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받고 뛰든, 최저연봉만 받든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때인 만큼 모든 프로선수들은 비활동 기간 동안 자유의 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유로운 기간에 본인 의지로 구단의 단체훈련에 참가하기를 희망하는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역시 어려운 문제다. 진심으로 훈련을 원할 수도 있지만 이를 허용할 경우 제 3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강제된 자율’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할 선수들이 많이 생겨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현재 원칙은 비활동 기간 구단이 주도하는 합동훈련을 금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도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말로 합동훈련이 필요하다면 일정 시점부터는 허가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현행 질서를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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