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9월 서울시는 대한야구협회(KBA)와 목동구장의 아마추어 야구 전용화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내용은 고척돔 완공 후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고 일부 아마추어 야구 대회의 결승전 등 주요 경기를 고척돔에서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이병석 KBA 회장은 지난 16일 '2014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위 내용을 올해 KBA의 성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아마추어 야구는 이제 환경이 열악한 구장에서 하는 대신 비교적 시설이 나은 목동구장과 고척돔에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큰 문제는 목동구장이 아직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이라는 점이다.

2008년 창단 때부터 목동구장을 임대 형식으로 사용해온 넥센은 고척돔으로 옮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와 협상 중이다. 한때는 원활히 협의가 되는 듯 했으나 운영권과 광고권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 부딪히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넥센은 협상이 수월치 않을 경우 '이전 백지화'도 고려하겠다고 강경책을 내놓았다.
고척돔은 2007년 말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안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는 대신 아마추어 전용 구장을 짓기로 약속했고 고척동에 하프돔을 지으려다 몇 번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여전히 건축 중이다. 그 사이 건설비는 수천 억으로 치솟았고 이것이 프로 구단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완공 예정은 2015년 8월 정도까지 미뤄졌다. 결국 아마추어 야구는 갈 곳 없이 표류 중이고 넥센은 홈구장을 내어놓을 위기에 처했다.
당장 공식적인 협정을 맺은 서울시와 KBA를 뺀 넥센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우리나라 프로팀들은 구장을 소유할 수 없고 국가 재산인 시민 야구장을 빌려 써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서울시가 목동구장을 대여해주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고척돔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는 재정 상태가 여유롭지 않다.
넥센이 목동구장을 떠나야 함은 2008년 아마추어 구장이던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그러나 넥센은 창단 후 7년간 목동을 연고지 삼아 뿌리내렸고 이제 목동이 넥센의 연고지라는 것을 대부분의 팬들이 인지하는 정도가 됐다. 그 노력을 백지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배려가 필요하다. 옮겨서도 아마추어 야구와 공생해야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결국 목동구장과 고척돔 문제의 칼자루는 소유주인 서울시가 쥐고 있다. 고척돔 운영은 서울시 소속 체육진흥과나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아닌 별도의 공단인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맡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단순한 시설물을 떠나 야구장이라는 장소가 야구인들에게, 또 야구를 보고, 보게 될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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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