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발에 있어 화려한 경력은 모든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 컸던 만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을 때의 실망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올해도 좋은 경력을 가진 외국인들이 더러 한국무대를 찾은 가운데 키워드는 반등이라고 할 만하다.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발이 이제 서서히 마무리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NC, 롯데는 이미 외국인 선수 인선을 마무리했으며 나머지 팀들도 후보자들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무가 중단되는 크리스마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내년 외국인 선발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1년 농사가 좌우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이는 선수들은 대개 비교적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LG가 영입한 루카스 하렐은 2012년 휴스턴 소속으로 11승11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한 선수다. 단일 시즌 10승을 거둔 투수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KIA는 퍼펙트 경력이 있는 필립 험버를 영입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하렐은 MLB에서 88경기, 험버는 97경기에 나섰다.

그 외 롯데는 MLB 경력이 110경기에 이르는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이 영입한 알프레도 피가로, kt가 영입한 필 어윈 등도 모두 올해 메이저리그 출전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외국인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앤디 마르테(kt), 짐 아두치(롯데) 등 영입된 타자들은 모두 MLB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트리플A급 선수들은 성공할 수 없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때문에 좀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MLB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구단들도 좀 더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들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본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한국무대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는 그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의 사례에서 입증이 됐다. 다만 꿈의 무대라는 MLB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의 기본적인 기량은 검증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적응만 잘 된다면 좋은 활약을 기대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반등’이 필요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전체적인 기록이 하락세에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반등이 없다면 의외로 한국무대에서 고전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하렐의 경우는 2012년 11승을 거둔 뒤 2013년 6승17패 평균자책점 5.86으로 부진했다. 올해는 MLB에서 3경기 출전에 그쳤다. 험버는 퍼펙트 피칭을 한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휴스턴에서 승패 없이 8패 평균자책점 7.90을 기록한 뒤 올해는 아예 MLB 무대를 밟지 못했다. 린드블럼 역시 지난 2년간 MLB 출전 경력은 9경기에 불과하다. 올해는 딱 1경기였다. 이런 경향은 MLB 경력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의 기록에서 확인된다.
이런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에서의 활약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SK에 입단한 루크 스캇도 그런 하락세에 있었던 선수였고 결국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MLB에서 꾸준히 성적을 냈다면 이들이 한국에 올 이유가 전혀 없다. 결국 구단이 그 반등 가능성을 얼마나 잘 봤느냐에 따라 내년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점쳤다.
이런 문제에 대해 각 구단 스카우트들도 각별한 신경을 쓴 것은 당연하다. 투수의 경우는 구위가 한창 좋았을 때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타자의 경우는 배트 스피드와 수비 범위를 면밀하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경력이 좋은 30대 선수보다는 경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20대 선수들을 선택하는 트렌드도 읽히고 있다. 아무래도 좀 더 그 하락폭이 적을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점차 화려해지는 경력만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내년 시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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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피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