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는 하고 있다. 최선도 다한다. 그러나 좀처럼 승리와는 인연이 없다. 올 시즌 프로배구 우리카드와 KGC인삼공사의 이야기다. 일대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프로배구지만 나란히 연패에 빠져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두 팀에는 남의 잔치다.
우리카드와 인삼공사는 17일 현재 아직 두 자릿수 승점을 챙기지 못하며 최하위에 떨어져 있다. 우리카드는 15경기에서 1승14패(승점 6점), 인삼공사는 12경기에서 2승10패(승점 8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연패의 무게감은 두 팀의 어깨를 짓누른다. 우리카드는 9연패, 인삼공사는 8연패 중이다.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팀의 약세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기는 했다. 우리카드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신영석 안준찬 박상하가 올 시즌을 앞두고 군에 입대했다. 들어온 전력에 비하면 나간 전력이 너무 컸다. 인삼공사는 특별한 전력 이동은 없었지만 FA 및 트레이드, 그리고 신인지명으로 ‘너도 나도 강해진’ 여자부의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처질 줄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배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카드는 최홍석 김정환 등 국내파 공격수들이 분전하고 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카메호가 발목을 다쳐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의학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선수가 아프다는데 무작정 코트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만수 감독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몇 년간 박빙의 상황에서 ‘큰 공격’을 때려줄 수 있는 외국인 거포의 부재로 고전해왔다. 카메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올 시즌도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인삼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인삼공사를 이끌다시피 했던 외국인 선수 조이스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다. 조이스의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은 43%였지만 올 시즌에는 38.13%까지 떨어졌다. 코트에서의 리듬과 기가 살지 않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여기에 백목화 이연주 등 국내파 선수들의 공격도 덩달아 침묵하며 매번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처진 분위기도 문제다. 연패의 후유증이 선수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성희 감독은 15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전체적으로 아무 것도 되지 않은 무기력한 경기였다.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선수들이 준비한 것을 코트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약인 승리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리카드는 팀 인수설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강만수 감독이 다독이고 있지만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는 게 배구계의 지적이다. 16일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는 카메호가 빠진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분전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또 한 번 김이 빠질 수 있다. 두 팀이 이런 계속되는 악재를 딛고 반등할 수 있을까. 어느덧 시즌도 절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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