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연기대상? KBS를 두 번 살린 사나이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17 15: 32

올 한 해 KBS 드라마는 화제성도, 시청률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다수의 작품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아쉬움을 줬다. 이 같은 가뭄 속에서도 살아남은 몇 편의 작품이 있었으니, 주말드라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1TV ‘정도전’과 2TV ‘가족끼리 왜 이래’는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 아니라 시청률 면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 올해 KBS 드라마의 체면을 세워줬다.
그리고 배우 유동근은 이 두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명품 배우들의 내공 깊은 명연기가 압권이었던 작품 ‘정도전’에서 유동근은 이성계 역으로 출연했다. 유동근의 이성계는 거센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시골 남자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다.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정도전(조재현 분)과의 끈끈한 ‘케미스트리’, 시청자들의 몰입을 한껏 끌어 올렸던 감정 연기 등은 격찬을 받았다.

‘정도전’은 사극에 정치 극이었다. 약 20년 전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 역을 맡았던 유동근은 당시에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극을 이끌었었다. ‘정도전’에서 이번엔 이방원의 아버지 이성계 역을 맡은 그는 조재현과 손잡고 다시 한 번 퓨전 사극 열풍으로 인해 힘을 잃어가던 KBS 정통 사극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 행보다. 유동근은 ‘정도전’의 여운이 채 끝나기 전 긴 휴식기를 갖지 않기보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엔 자상한 아버지 차순봉 역이였다. 차순봉은 세 남매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어머니 같은 아버지. 차순봉은 시한부를 선고받고 자신에게 남은 3개월을 자녀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불효 소송을 감행한다.
유동근은 카리스마 넘치는 이성계를 벗고 차순봉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다 큰 세 자녀들이 벌이는 사건 사고에 가슴 졸이고, 때로는 자신의 일보다 더욱 아파하는 절절한 부성애 연기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는 3개월 시한부 삶이 밝혀지고 난 후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 차강재(윤박 분)와의 눈물 연기로 감동을 선사했다.
어느 배우든, 연기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욕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욕심을 부리는 만큼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동근은 연이어 다른 성격의 두 배역, 그것도 비중이 높은 주인공 역을 맡아 여느때처럼 명연기를 펼쳐 보였다. 드라마의 성공이 배우 한 사람만의 역량 때문만은 아니지만, 유동근과 같은 중견의 배우의 경우 작품 안팎으로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기에 그 역할이 가볍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연한 두 작품 모두 성공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유동근의 이유있는 욕심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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