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TV만 있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2.18 11: 42

중장년층을 잡아야 시청률을 잡는다는 말은 꽤 오래 전부터 방송가에 자리잡은 정설이지만,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 젊은 시청자들을 케이블과 종편에 빼앗긴 지상파 TV의 경우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만이 시청률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지상파 TV의 딜레마다.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를 아우르려다보니 젊은 감각에 맞출 수 없고, 그럼에도 시청률을 지키려다보니 안전하게 중장년층을 겨냥하게 된다. 또 그럴수록 신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은 사라진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자, TV에는 이제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만 남을 판국이다.
◆ 월화드라마 전쟁의 승리자는? '가요무대'

프라임 시간대인 월요일 밤 10시 시청률 승자는 KBS 1TV '가요무대'다. 한석규가 곤룡포를 입고 등장하는 SBS '비밀의 문'도 아니고, 주원과 심은경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는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도 아니었다. 지상파 TV에서 방영 중인 수많은 드라마 중 가장 '하이라이트'인 평일 밤 10시, 그 치열한 월화극 전쟁은 사실 '가요무대' 뒤로 줄서기였다.
지난 15일 방송분을 기준으로 해서, '가요무대'는 12.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월화극의 경우 MBC '오만과 편견'이 9.2%로 1위를 차지했다. '오만과 편견'은 월화극 1위이지만 동시간대 1위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가요무대'와 '오만과 편견'의 격차는 3.5%포인트로 적지 않았다.
◆'매직아이'의 폐지, '자기야'의 1위
지난 11월 종영한 SBS 예능프로그램 '매직아이'는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그 이유는 바로 시청률 저조. 이효리, 문소리를 앞세웠지만 내내 저조한 시청률로 방황하던 '매직아이'는 결국 폐지됐다. 사실 '매직아이'의 폐지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분명 이 예능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했기 때문. 뉴스를 토크 주제로 해서 톱스타들이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은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리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목요일마다 SBS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아가는 '자기야 백년손님'의 경우 조용하게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현상 유지 뿐만이 아니다. 목요일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도 바로 '자기야 백년손님'이다. 유재석, 박명수가 출연하는 KBS 2TV '해피투게더3'가 경쟁프로그램이지만, 처갓집에 간 사위의 모습을 담은 '자기야 백년손님'의 성적이 더 좋다.
◆젊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저조, 중장년층 프로그램은 롱런
5개월 만에 폐지된 '매직아이'와 5년 동안 롱런하고 있는 '자기야'의 희비 교차는 지상파 TV가 현재 처한 상황과 같다. 아예 젊은 층만 잡겠다고 나선 케이블채널에 시청자들을 다 빼앗겨버린 이들은 그나마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중장년층 시청자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히트한 예능 포맷이 과거 지상파 예능국을 떠돌아다니던 경우가 여럿이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지상파 TV가 얼마나 안정된 시도만을, 확보된 시청자를 위한 시도만을 선호하는지를 방증한다.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평일 예능보다 MBC 'PD수첩'의 시청률이 높고, '가요무대'가 드라마들을 이기는 요즘이다. 중년층을 위한 TV프로그램이 성공할수록 안정된 시도만 나오지 않겠냐"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mewolong@osen.co.kr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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