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은 끝났다. 이제 쾌유하는 일만 남았다.
정현석(30)이 다시 한화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배영수의 FA 보상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고 정든 고향팀을 떠나야 했던 그는 설상가상으로 최근 내과 수술이 문제가 돼 보상선수 재지명 논란의 중심에 섰다. 17일 삼성이 보상선수 재지명 대신 배영수의 연봉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는 차원에서 그를 다시 한화로 현금 트레이드하며 문제가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정현석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이적하고 복귀하며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정현석은 지난 3일 한화 구단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했고, 8일 내과에 문제가 있다는 확진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됐고, 12일 수술을 받아 성공리에 마쳤다.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구단 밖으로 알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5일 삼성이 보상선수로 정현석을 지명한 것이다. 삼성 구단은 지명 발표를 앞두고 한화 구단에 정현석 지명 사실을 통보했고, 한화도 도의상 정현석의 상태를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명 마감시한이 다가온 시점에서 삼성도 결정을 쉽게 번복할 수 없었다.
삼성 구단은 지명 후 정현석에게도 전화를 걸어 통보했다. 정현석은 직접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리며 삼성에 피해가 갈까봐 걱정했다. 정현석을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한 삼성으로서도 난감한 일이었다. 결국 우려대로 삼성은 재지명을 논의했고, 한화와 협의를 통해 보상금만 받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다시 한화로 돌아왔지만 정현석은 상처를 받았다. 그의 병명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보상선수로 이적하고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었다. 한화 관계자는 "팀 전력 차원의 문제를 떠나 정현석 개인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다. 아직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주위에서 말이 많이 나와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이었다. 워낙 순하고, 성실한 선수라 더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한화 관계자는 "정현석은 돌쇠라 불릴 정도로 부상이 없고 건강한 선수였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현석의 아내도 충격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팀에 미안해했다"며 "우리는 선수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굳이 밖에 먼저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이번 일로 너무 크게 알려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현석은 수술이 잘 됐고, 오는 19일 퇴원한다. 6개월 정도 휴식을 취하며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최근 몸보다 마음고생이 더 컸지만 한화로 복귀하게 됨에 따라 조금이나마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대전 토박이'의 그에게는 역시 한화가 운명이었다. 하루빨리 쾌차해 특유의 힘찬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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