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균상이 '피노키오'로 주목 받고 있다.
윤균상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에서 주인공 최달포(이종석)의 친형 기재명 역으로 출연 중이다. 극 초반 그는 달포의 숨겨진 형 정도로 그려졌다. 드라마가 반환점을 돈 지금은 주인공 달포-인하(박신혜)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11회에서도 그는 극중 이종석과 뜨거운 형제애를 그리며 안방극장을 울렸다. 달포가 자신의 동생 하명이란 것을 알고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미소로 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살인자임을 밝히고 달포에겐 "사랑 받으며 살아라"라고 권했다. 동생을 위한 형의 배려였다. "복수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할 땐 단호하고 완강한 표정이었지만, 자수를 권하는 동생의 말에 자신의 방식으로 응하며 동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기재명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캐릭터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3년 전 아버지에게 불명예를 안긴 이들을 철저히 응징할 때 복수의 화신이다. 동시에 위험에 처한 중학생을 목숨을 걸고 구하는 정의로운 영웅이며, 사랑하는 동생에겐 온화한 형이다. 때문에 그의 양면을 알고 있는 시청자의 마음은 늘 무겁다. 그가 범죄를 저지를 땐 그의 착한 본성을 알기에 안타깝고, 그가 영웅으로 추앙 받을 땐 그것이 곧 끝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윤균상을 박혜련 작가, 조수원PD의 전작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2013)의 정웅인에 비교한다. 정웅인은 극악무도한 살인마 민준국 역을 맡아 '너목들'의 흥행을 견인했다. 윤균상 역시 매회 긴장감을 자아내며 정웅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역할과는 별도로 안정적인 연기력과 187cm의 큰 키, 훤칠한 외모 등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낯선 얼굴의 배우가 주는 신선함도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초반에는 왜 기재명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숨어 있다. 시청자는 예상하지 못한 기재명의 존재를 중반부부터 부각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함이었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윤균상을 기재명 역에 기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진은 윤균상 측에 캐스팅 기사를 자제를 부탁하고, 제작발표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윤균상의 소속사 뽀빠이 엔터테인먼트 측은 OSEN에 "캐릭터가 폭발력 있게 그려지기 위해서 초반에는 홍보를 자제했다"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명은 이제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그토록 그리워 하던 가족을 만났지만,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다시 멀어질 상황에 놓였다. 이야기가 흘러 갈수록 기재명이 지닌 비극적 요소는 극대화 될 것이다. 이를 훌륭히 소화해낼 윤균상의 활약, 그리고 '피노키오' 이후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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