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오해를 풀고 달달한 로맨스를 만끽하나 싶었건만.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 낀 두 남녀는 도무지 마음껏 사랑할 시간이 없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연출 윤성식) 9회에는 김 귀인(김규리 분)과 동인들의 역공으로 수세에 몰리는 광해(서인국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특히 이들은 중전(임지은 분)을 볼모로 광해를 압박하며 그를 사면초가에 빠트렸다.
이번 싸움은 앞서 광해가 고관대작의 비리가 적힌 장수태의 장부를 무기 삼아 김 귀인과 동인들을 공격한 것이 발단이 됐다. 분노한 김 귀인은 중전을 빙자, 광해에게 비소가 묻은 그림을 선물하며 섬뜩한 경고를 보낸데 이어 타살된 홍숙용(지서윤 분)의 죽음을 악랄하게 이용하며 광해를 궁지로 몰았다.

광해를 향한 선조(이성재 분)의 질투심을 자극한 것도 김 귀인과 동인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상황에 우위를 점한 이산해(안석환 분)는 광해를 만나 “마마의 대답에 따라 숙용마마 중독설의 배후가 중전 마마가 될 수도 있다. 허나 협조해주신다면 그 소문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협박하며 장부를 돌려줄 것을 강조했다.
광해가 쥐고 있는 장부는 저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비책. 고뇌에 빠진 광해는 자신을 친아들처럼 사랑으로 키워준 중전이 교태전에 감금되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중전은 광해에게 물러서지 말 것을 주문, 자신이 폐위될 것을 대비해 광해가 든든한 집안과 혼인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든든한 처가마저 없다면 광해가 궐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원천봉쇄되기 때문.
가희(조윤희 분) 또한 이 같은 사정을 도치(신성록 분)에게 들었다. 이에 광해를 만난 가희는 “마마께서는 지금 든든한 어깨가 필요하다. 어서 혼인을 하라”며 이별을 선언했다. 오해를 풀고 가희와 겨우 마주선 광해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 통보. 광해는 자신의 절절한 순애보를 쏟아내며 가희를 원망했다,
그러나 가희는 “마마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를 위해서 백성들을 위해서입니다. 마마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마마를 더 큰 세상으로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마마 때문에 희망을 알아버린 백성들이 있는 세상 그 곳으로 말입니다. 저도 그 곳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고백해 광해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어렵게 다시 만나 오해를 풀었지만 결국 정략적 혼인을 위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얄궂은 운명의 두 남녀. 서인국과 조윤희의 열연으로 탄생한 안타까운 이 1분 엔딩은 분위기 반전을 예고하며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한편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감성 팩션 로맨스활극이다.
‘왕의 얼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