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높고, 화제성보다 확장성이 더 좋은 드라마가 바로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이다. 금·토 저녁시간 방영되는 '미생'은 본방사수를 위해 '월화수목미생일'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성별불문 전연령 시청자에게 사랑받으며 '미생 신드롬'을 일궈냈다.
특히 '미생'은 러브라인, 출생의 비밀, 재벌 2세 등 국내 드라마들이 기본 요소로 탑재해왔던 자극적인 요소들을 배제해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주연 및 일부 조연들에게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를 악역은 물론 에피소드별 일회성 특별출연 배우까지 갖추 사랑받는 현상을 이끌어냈다. 간단히 말해, 보는 내내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악역이라고? 웹에서는 마부장도 '마블리'

모든 드라마가, 그리고 현실이 그렇듯 '미생' 속 원인터내셔널 부서 곳곳에도 각각 다른 타입의 악역들이 존재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피해를 입는 인물에 이입해 이같은 악역에 한껏 열이 받는 것이야말로 모든 드라마들이 시청자를 몰입케 하는 공통 요소다.
'미생'도 마찬가지다. 분냄새를 싫어하는 천생 마초 자원팀 마부장(손종학)을 비롯해, 본인이 소시오패스라는 걸 당최 모르는 섬유팀 성대리(태인호), 그리고 영업3팀과 오차장을 괴롭게 만드는 최전무(이경영) 등은 실감나는 연기로 보는 이를 열받게 만든다.

반면, TV를 벗어나 웹상으로 '미생'이 확장되면 상황이 뒤집힌다. 재가공된 패러디물에서 이들은 '마블리'(마부장+러블리), '태쁘'(태인호+예쁘다), '최퍼피'(최전무+퍼피)로 불리며 장그래(임시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특히 '미생'에 아침극 막장요소를 곁들인 패러디물 속 마부장은 안영이(강소라)를 지극하게 아끼는 '딸바보'로 등장해 애정을 샘솟게 한다. 곁가지로 자원2팀 직원들이 안영이의 친오빠들이며, 장그래가 최전무의 숨겨놓은 아들이라는 막장 설정도 해당 패러디물의 재미요소다.
한석율(변요한)을 괴롭히는 상사 성대리는 의외로 곱상한 외모와 늘 신경쓴듯한 의상, 헤어스타일로 소시오패스 같은 성향에도 불구하고 '예쁘다'가 결합돼 '태쁘'로, 최전무는 과거 올렸던 셀카들이 '미생'의 인기로 다시금 발굴, 사진 속 강아지를 닮은 듯한 눈망울로 인해 '최퍼피'로 탄생해 '미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회성 출연? 주연을 넘어선 '미친 존재감'
에피소드 형식을 이어가는 드라마의 경우, 회별 특별출연 배우가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주인공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거나, 혹은 의외의 조력자로 깜작 등장해 극의 재미를 주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소화한다.
하지만 '미생'에 등장한 에피소드별 특별 인물들은 주객을 전도시킬 만큼 본인 위주의 구성을 완성하며,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본방송이 끝나면 이들에 대한 웹상 관심도는 급증했고, 이는 고스란히 '미생'에 대한 호응으로 녹아들었다.

이를 가장 먼저 겪은 이는 6화에 출연했던 IT팀 박대리(최귀화)다. 날개 CG에 알몸 연기까지 서슴없이 펼쳤던 그는, 진짜 직장인들과 같은 모습과 고민으로 '미생'을 향한 시청자들의 공감도를 대폭 상승케 했다. 7화에 출연, 원작만화 속 캐릭터와 엄청난 외모 싱크로율로 모두를 놀래켰던 재무부장(황석정) 역시 강한 존재감으로 이야기의 중심축을 휘어잡았다.
8화 엔딩신에 등장해 10화까지 등장했던 박과장(김희원)의 존재도 더할 나위 없었다. 그는 요르단사업 비리로 '미생' 속 가장 스펙터클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그는 기존 악역들은 한낱 '미생'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섬뜩한' 모습으로 모두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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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