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과 엮어라! 너도나도 숟가락 얹기[Oh!쎈 초점]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2.18 11: 44

tvN 드라마 '미생'이 확실히 뜨긴 떴나보다. 케이블 시청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는 물론, 여기저기서 '미생'을 활용한 홍보·마케팅이 번지고 있다. tvN 채널을 보유한 CJ E&M 뿐 아니라 타 케이블·종편, 심지어 지상파까지 대놓고 '미생'과 엮는데 공을 들인다.
손쉽게 교집합을 만드는 건 역시 최신 트렌드를 접목시키는 발빠른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진짜 직장을 체험하는 콘셉트인 '오늘부터 출근'의 경우는 '미생'을 엮는 게 수월했다. 2기때부터 참여했던 봉태규를 '봉그래'라 지칭하는가 하면, 영엽부서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을 '미생' 속 원인터 영업3팀의 그것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오늘부터 출근' 3기 출연자 간담회에서 고민구 PD는 "우리가 아직 '미생'인 것 같다. '완생'이 될 때까지 버텨가겠다"는 말로 드라마 '미생'에 빗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온스타일 오피스 리얼리티 프로 '슈퍼컴퍼니' 역시 블랙컴퍼니 vs 화이트컴퍼니로 짜여진 참가자 팀별 경쟁을 '디자인 미생'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간담회 당시 하이라이트 영상을 '미생'에 녹여내 눈길을 끌기도 했고, 자체 준비한 질문에서도 '미생'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엠넷과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선보이는 서바이벌 프로 '노 머시'의 보도자료에서도 "'미생'을 연상케 하는 연습생들의 무한경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웃음을 위해 대놓고 '미생'을 패러디한 드라마도 준비중이다. '로봇연기의 달인' 장수원을 앞세운 tvN 드라마 '미생물'이 바로 그것. 이는 tvN '미생'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2부작으로 편성해 기존 팬들을 흡수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과거 'SNL코리아'에서 패러디 코너, '잉여공주' 등을 연출했던 백승룡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지상파 예능도 '미생 엮기'의 예외는 아니다.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은 공개 당시 '예능판 미생'이라는 수식어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후 '예능판 미생'은 '투명인간'을 설명하는 대표 수식어로 자리매김해 '케이블 인기 드라마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에 '투명인간' CP는 KBS 출입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일각에서 '투명인간'에 대해 '예능판 미생'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고 이례적으로 이를 직접 정정했다.
가요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규 4집 앨범으로 컴백한 밴드 버즈의 경우 콘서트 영상촬영 현장에서 '미생' 캐릭터들로 변신한 버즈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하는가 하면,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공명도 토이 정규 7집 '리셋' 뮤직비디오에 이어 한 광고촬영장에서의 직장인 모습을 '공그래'로 홍보했다.
이같이 연예계 전반에 걸쳐 번진 '미생' 확산 현상은, 단순한 시청률 수치를 벗어나 '미생'의 실질적인 파급력을 방증하는 요소다. 작금의 분위기라면 2회를 남겨둔 '미생'이 종영을 하더라도, 한동안 연예계에서 '미생'의 잔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극적 소재들로 점철됐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 염증을 느껴왔던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드라마 '미생'은 아무래도 끝나도 끝난 게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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