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은 '이변 아닌 이변'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 청룡이 재밌다"라고 했던 배우 故장진영의 멘트를 새삼 떠올리게 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MC 김혜수, 유준상의 사회로 제 35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는 '변호인'이 차지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인생을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81년 9월 전두환 신군부 정권 초기에 발생한 부산의 학림사건인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변호인'은 당초 총 18개 부문 중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 등 10개 최다부문의 후보로 올라 가장 강력한 후보이긴 했으나,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자 7개 부문 후보를 장식한 '명량'과 쟁쟁한 경쟁을 펼쳐야 했기에 그 수상 여부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앞서 열린 제 51회 대종상시상식에서는 '변호인'이 역시 최다 후문 후보를 장식했지만 '명량'에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기술상, 기획상 등 노른자상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대종상과 달리 청룡은 '변호인'을 택했다. '변호인'은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송강호), 여우조연상(김영애), 인기스타상(임시완)을 받으며 대종상 때와는 무게가 다른 4관왕을 기록했다.
더불어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도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서 열연한 주인공들에게 그 영광을 돌렸다.
올해 청룡상의 꽃은 다양성영화 '한공주'의 천우희였다. 천우희는 이번 여우주연상을 놓고 '공범'의 손예진.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우아한 거짓말'의 김희애, '집으로 가는 길'의 전도연 등 선배, 충무로 대표 여배우들과 함께 경쟁을 펼쳤던 바다. 수상 직후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고 폭풍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밝힌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앞서 대종상에서는 손예진이 '해적:바다로 간 산적'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공주'는 열일곱살 한공주(천우희)가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전학을 오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1년 간 성폭행한 충격적인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천우희의 연기에 힘입어 다양성영화로서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대종상이 좋은 영화의 한 척도가 될 수 있는 흥행성에 주안점을 뒀다면, 청룡상은 보다 사회 속 영화의 역할을 즁요시한 듯 보인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 울림을 주는 영화들의 가치를 존중한 것. 올해 영화제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씬 '인간중독'의 임지연이 아닌, 아동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도희야'의 김새론이 아직 성인 연기자가 아님에도 신인여우상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 다음은 수상자(작)
▲ 최우수 작품상 = 변호인
▲ 감독상 = 김한민(명량)
▲ 남우주연상 = 송강호(변호인)
▲ 여우주연상 = 천우희(한공주)
▲ 남우조연상 = 조진웅(끝까지 간다)
▲ 여우조연상 = 김영애(변호인)
▲ 신인남우상 = 박유천(해무)
▲ 신인여우상 = 김새론(도희야)
▲ 신인감독상 = 이수진(한공주)
▲ 촬영상= 최찬민(군도:민란의 시대)
▲ 조명상 = 유영종(군도:민란의 시대)
▲ 음악상 = 조영욱(군도:민란의 시대)
▲ 미술상 = 이하준(해무)
▲ 기술상 = 강종익(해적:바다로 간 산적)
▲ 각본상 = 김성훈(끝까지 간다)
▲ 편집상 = 김창주(끝까지 간다)
▲ 인기스타상 = 송승헌(인간중독), 김우빈(친구2), 신세경(타짜-신의 손), 임시완(변호인)
nyc@osen.co.kr
제 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캡처, '변호인' 포스터, '도희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