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 유망주’ 켈리, 흙속의 진주 이유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18 13: 01

메이저리그(MLB) ‘스펙’이 필수품이 된 한국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 신입생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 젊고, 성장 가능성이 있으며, 성공하겠다는 의식이 뚜렷하다. 그리고 두 손에 들고 있는 기량도 만만치 않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6)의 이야기다.
SK는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메릴 켈리와 총액 3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라고 발표했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로 주목을 받았던 켈리는 일찌감치 개인 협상을 마무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그의 보유권을 가지고 있던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이적료 협상 등 세부적인 절차까지 합의에 이른 끝에 공식 발표에 이르게 됐다.
켈리의 경력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내년 한국 무대에 새롭게 선을 보이는 다른 투수들과는 달리 MLB 경력이 없다. 마이너리그 통산 125경기(선발 76경기)에서 39승26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SK가 지난해 영입한 조조 레이예스, 그리고 올해 함께 했던 로스 울프는 모두 MLB에서 적잖은 경력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초라해 보이는 성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SK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흙속의 진주’로 켈리를 주목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인 2007년(볼티모어, 37라운드 전체 1112번), 그리고 대학 재학 중인 2009년(클리블랜드, 22라운드 전체 665번) 두 차례 MLB 지명을 받고도 계약을 포기한 켈리는 2010년 탬파베이의 8라운드(전체 251번)에서 지명됐다. 당시는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현 LA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이 투수 출신 유망주들을 한창 긁어모을 때다. 프리드먼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에서 대학 시절의 활약상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MLB에 올라가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는 탬파베이의 두꺼운 투수진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MLB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성적이 좋아 내년쯤에는 MLB에 데뷔할 수도 있는 자원이었다”라며 켈리가 MLB 꿈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냈다. 실제 켈리는 올해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A팀인 더럼 불스에서 뛰며 28경기(선발 15경기)서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호투를 이어갔다. SK가 룰5 드래프트 이후로 켈리의 계약을 미룬 것도 또한 타 팀에 지명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증도 거쳤다. SK는 지난 8월 김상진 투수코치와 외국인 선수 담당자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갔다. 투수들이 좋은 인터내셔널리그를 살펴봤는데 그 때 눈에 들어온 선수가 바로 켈리였다. 김 코치는 두 번이나 켈리의 선발 등판을 지켜보며 합격점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과 인성 모두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SK가 굳이 MLB 경력이 있는 다른 후보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배경이다.
SK는 켈리에 대해 “우완 정통파 투수로서 최고구속 150km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고 경기운영 능력과 함께 볼의 움직임과 회전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SK의 스피드건에는 152㎞까지 찍혔다”라면서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좌타자 바깥으로 나가는 체인지업의 속도와 각도가 좋다. 슬라이더도 던질 수 있는데 커브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했다”라고 떠올렸다.
안정된 제구, 그리고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도 돋보인다. 올해 트리플A 무대에서 10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37개에 그쳤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 중반 정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교한 커맨드와 다양한 구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제구가 동반된다는 의미다. 맞혀 잡는 투구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대부분 하락세에서 한국무대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켈리는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또한 차별화된 요소다. 아직 MLB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켈리이기에 동기부여도 확실하다는 평가다.
또한 한국 무대를 마지못한 ‘차선’으로 선택하는 일부 선수와는 달리 켈리는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MLB 경력이 없는 선수라 좀 더 진중하게 한국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윈터미팅 기간 중 미국에서 직접 켈리를 면담한 민경삼 단장도 “아주 스마트한 선수”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까지의 평가는 흡사 어느 한 선수를 연상시킨다. 올해 SK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아 맹활약을 펼친 트래비스 밴와트가 딱 그랬다. 켈리가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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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B.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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