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야구인,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들도 야구인, 선수협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이들도 야구인이다. 그런 야구인들 사이에서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내분 논란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갈등을 조기 봉합하기 위해서는 광장에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비활동기간 중 훈련을 두고 현장과 날을 세우고 있다. 선수협은 이미 지난 2일 열린 총회에서 비활동기간 중 구단에 의해 이뤄지는 훈련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한 구단서 선수들의 훈련 중 코치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커졌다. 여기서 논란은 다시 다른 곳으로 튀었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김성근 한화 감독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거론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 총장은 한화가 비활동기간 중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추진했으며 이는 선수협의 더 강경한 대응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요청으로 재활 선수는 물론 일부 1군 주전급 선수들의 명단을 망라한 미니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었다. 이는 선수협의 강력 대응 방침 속에 백지화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다시 박 총장이 이 문제를 들고 나선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비활동기간 중 전지훈련 전력이 있는 김성근 감독에 대해 반기를 들어 현장의 시도를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캠프를 계획했고 이에 대해 선수협에 문의를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협의 이야기를 듣고 캠프를 취소했으며 현재는 어떠한 팀 훈련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한화의 항변이다.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선수협에 의해 다시 '소환'된 김성근 감독도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한 일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갈등의 국면은 보통 선수와 구단, 그리고 선수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이에서 발생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권익을 추구하려고 했고 구단은 대개 이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선수협의 출범도 이런 갈등과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흘린 피와 땀의 대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단이 그 갈등 국면에서 한 발 벗어나 구경을 하고 있다. 오히려 선수와 김성근 감독으로 대변되는 현장과의 갈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이를 지켜보는 야구인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야구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든 야구인들끼리 내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선수협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사태가 악화될 경우 선수협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빠른 시간 내에 봉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분명 선수협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비활동기간은 엄연히 규약에 명시된,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다. 예전에는 자율을 가장한 단체훈련이 적잖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규칙이 있는 만큼 이를 지키는 것은 모든 주체들의 의무다. 올해부터는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는 게 선수협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잡음이 너무 심하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강조할 것은 강조하되, 갈등과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선수협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이번 사태뿐만이 아니다. 저연봉 선수들의 훈련장 제공 문제, 재활선수들의 캠프 문제 등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사안들이 많다. 또한 선수협의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사각지대의 선수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비활동기간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이는 꼭 선수협의 주장만이 아니더라도 현장 및 구단의 아이디어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선의 방책을 찾는 데 꼭 선수협만 동분서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각 주체 사이에서 합의를 이뤄낼 경우 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설 수도 있다. 반대로 갈등이 깊어진다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에 빠진 많은 선수들은 오늘도 하루 훈련 일과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공론화된 문제다. 올해 확실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야구인들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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