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도 좀 하고 그래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감독과 PD는 조심스러웠다. 예상치 못한 커다란 관심과 사랑이 감사하지만,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인 만큼 또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주인공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또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둬, 행여 다른 독립영화들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 또 걱정이었다.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는 18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특별 기자회견에서 영화의 뒷얘기를 전했다. 남편 조병만 할아버지가 소천한 후 홀로 남은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 흥행에 대한 소감부터 상영 축소 요청, 수익배분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먼저 진모영 감독은 지난 16일 발표한 호소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할머니가 충격 때문에 피신을 한 건 아니다. 극장에 관객들이 많이 오시고 관심도 높아지는데 우리가 미리 위험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가족들과 의논해서 그렇게 한 거다”라고 밝혔다.
또 “할머니는 건강히 지내고 계시고 영화가 잘 된 것도 예쁘게 생각하신다. 그 전에 프로그램 하고 나서도 그렇고 영화 촬영 때도 (방문객들이) 찾아오시기도 하고 했는데 반갑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우리 마음에 지금 가 닿은 지점은 늘 할머니가 편안하시고, 안전하시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요청과 부탁을 드린 거였다”고 호소문을 써서 공개하게 된 이유를 밝혔고, 더불어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을 알렸다.
영화의 큰 성공에 대해서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감독도, PD도 “감사드린다”는 소감과 함께 “영화에 투자를 해 준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흥행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큰 성공 때문인지 걱정 역시 많아 보였다. 강계열 할머니의 신변이나 그 외 할머니에게 갈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걱정이 첫 번째였다. 진 감독은 “이분의 여생이 이 영화를 통해 행복하고 편안하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 괴로울 거 같다. 죄 지은 게 많은 것 같고”라고 말하며 고민을 토로했다.
한PD 역시 할머니에게 돌아갈 수익을 묻는 질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길지 모르겠다. 계산도 복잡하다”며 “극영화 같으면 배우들의 출연료 정해지고 공개 되는데 우리가 똑 부러지게 말씀을 못 드리는 이유는 돌아가는 수익이 있고 없고를 떠나 출연자에게 얼마만큼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게 조심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전에 저희와 비슷한 다큐메터리 영화의 선례를 보면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할머니만 생각한다. 그럴수록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게 크다. 진심으로”라며 “영화가 잘 되고 많은 분이 보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76년 연애의 마지막 순간을 카메라에 열어주신, 많은 관객들에게 큰 사랑과 선물을 주신 할머니를 지켜드리는 게 중요하다. 지켜드리지 못한다면 우리 영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알렸다.
두 사람은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PD는 “처음에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 주시고 기자분들도 좋은 기사를 써주시고 해서 관객수가 늘어날 때 얼떨떨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예매율을 보게 되는데 아트하우스 예매율이 90%까지 우리 영화만 예매가 되더라”며 “지금까지 다큐멘터리만 해왔던 사람이고 영화는 처음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만들기가 어렵고 개봉하기도 참 어려운데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너무 적다. 이 다큐멘터리의 의의를 받아주시는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해주셔서 다양성을 지켜 가는데 그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헤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앞서 상영관 축소 요청을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진모영 감독은 독립영화에 대한 바람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모든 독립영화가 같이 되거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대중적이지만, 다른 부분의 영화는 사회적, 정치적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어떤 영화든지 모든 영화가 이렇게 해야한다는 게 아닌 게 다양성 영화이듯 이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독립영화들이 나올 수 있게 그런 부분에 대한 여러 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부분까지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계기로 그런 것들이 논의 됐으면 좋겠다”고 독립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백발 부부의 일상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다큐멘터리다. 다양성영화, 다큐멘터리 등 기존 상업영화의 흥행공식에서 벗어난 이 작품이 대자본이 투입된 작품들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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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