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힐링을 내세우지 말자고 했다."
김원석PD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기자간담회에서 기획 의도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그는 "'그래도 살만한 인생'가 아닌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을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위로"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원석PD과 정윤정 작가는 사전제작과 촬영에 얽힌 후일담을 공개했다. 임시완을 포함한 모든 20대 남자배우가 주인공 장그래 역을 거절한 이야기부터 간접광고(PPL)에 대한 아쉬움까지 지난 4개월 동안의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정윤정 작가는 "러브라인이 없다는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데, 실은 전략적인 멜로로 브로맨스가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쉼 없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정윤정 작가는 김원석PD를 "천재 감독"이라, 김원석PD는 정윤정 작가를 "코미디의 대가"라고 표현했다. 정윤정 작가에 따르면 "서로 말문을 멈추면 왜 그러는지 단번에 알아챌 정도"였다. '미생'은 전작 Mnet '몬스타'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이 꽃피운 작품이었다.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원석PD는 "원작의 에피소드와 추가된 에피소드가 너무 차이가 난다는 시선도 있더라. 엄격한 잣대가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시청자가 손해라고 생각한다. 윤태호 작가도 자신의 작품이 해체되는 것을 즐겼다고 하더라"며 "기억나는 가장 에피소들은 추가된 에피소드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꼽은 명대사는 강대리(오민석)이 장백기(강하늘)에게 건넨 '내일 봅시다'였다. 김PD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나도 같은 걸로 주세요' 처럼, 명대사 같지 않지만, 그 맥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좋다"고 설명했다. 정윤정 작가 역시 "명대사 이전에 명장면과 명감정이 있다. 그게 '내일 봅시다' 같다. 내일 보는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생'은 케이블채널 드라마로선 경이로운 성적인 8.0%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그 바탕에는 촘촘한 취재가 있었다. 20,30대 보조작가들을 통해 젊은 세대를 연구했고, 정윤정 작가와 김원석PD는 중장년층을 공부했다. 극중 배경인 상사에 대한 취재는 직접 보조작가 2명이 한달동안 상주하며 관찰했다. 정윤정 작가는 "이후에는 그곳에서 인맥을 쌓은 직원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미생'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위로였다. KBS 2TV '성균관 스캔들'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성장담을 그린 김원석PD 역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들이 지닌 불안과 외로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원석 PD는 "그것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로 장그래를 만든거고, 주변 인물들을 만들었다. 그런 친구들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할 순 없겠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친구들의 연대감이 필요하다"며 "'웃픈'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을 울릴 걸 예상하지 못했다. 1,2회를 보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힘들게 사는 구나 했다"고 말했다.
정윤정 작가 역시 "'직장인들만 다루는 드라마를 할 수 없다. 직장인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콘셉트를 잡았다. 너무 큰 욕심이지만 전 세대가 공감 할 수 있는 정서와 이야기를 해야 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미생'은 오는 20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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